권대영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려니 보따리 달라?"…석화업계 질타(종합)

금융위, 석유화학 사업재편 간담회 개최…'금융 지원 원칙' 논의
"뼈를 깎는 노력 먼저 보여야…신뢰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석유화학 사업재편 금융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8.2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물에 빠지려고 하는 사람을 구해주려고 하는데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것 같아 정부로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석유화학 업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업계의 선 자구노력과 채권단의 협조가 유기적으로 질서 정연하게 진행돼야만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부위원장은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석유화학 사업재편 금융권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는 석유화학산업의 사업재편 방향을 공유하면서 '금융지원 원칙'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 부위원장은 석유화학산업이 1970년대부터 경제 발전을 견인해 온 핵심 기간 산업이라면서도, 최근 중국·중동발 원가 경쟁력 저하 등으로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의 캐시카우인 석유화학 산업은 이제 적자가 누적돼 계열사들의 아킬레스건이 됐다"며 "누구 하나 쓰러질 때까지 기다리던 치킨 게임은 공멸의 길이므로 모두가 (사업 재편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뼈를 깎는 노력 보여라…신뢰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날 정부는 사업재편의 기본 원칙을 △철저한 자구노력 △고통 분담 △신속한 실행이라고 강조했다. 권 부위원장은 "석유화학 사업재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시장 간의 신뢰를 구축해야 하고, 신뢰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쌓이는 것이다"며 "이익은 자기의 것으로, 손실은 모두의 것으로 돌리는 행태는 시장과 채권단의 동의를 결코 얻기 어려울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주주와 계열 기업은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자기 뼈를 깎는 자구 노력으로 시장을 설득해야 한다"며 "시장은 원칙에 따라 석화 업계의 노력과 성과를 엄중히 관찰하고 평가할 것이다"고 했다.

이는 최근 '여천NCC'의 모기업인 DL그룹과 한화그룹이 수십 년간 수조 원대 배당으로 이익을 사유화하면서 손실은 채권은행에 떠넘기는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정부의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권 부위원장은 금융권에 사업재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는 기존 여신 회수 등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행동'은 자제해주기를 당부했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수반되는 지역경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특별한 배려를 요청했다.

"얼어붙은 강 건널 시점…홀로 건너려면 위험 각오"

권 부위원장은 석유화학 업계를 향해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전날 산업부가 석유화학업계의 감축안을 발표한 후 업계로부터 상당한 '볼멘소리'가 들려온다는 이유에서다.

권 부위원장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려 하니, 오히려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격"이라며 정부로서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어 "선(先)자구노력과 채권단의 협조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만 이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지금은 얼어붙은 강을 건너야 하는 시점"이라며 "줄을 묶어 함께 건넌다면 정부가 손을 잡아주겠지만, 홀로 강을 건너려 한다면 얼음이 깨질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