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반년새 155곳 문 닫아…지지부진 '은행대리업' 수장 교체만 3번
불붙은 '지점 폐쇄'…지난해 53곳 줄었는데 올 상반기 155곳 사라져
정책 동력에 '물음표'…새 금융위원장 이억원 '은행대리업' 추진할까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국내 영업점이 올해 상반기에만 155곳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사라진 지점 수(53곳)의 약 3배에 달한다.
은행권 지점 폐쇄엔 불이 붙은 반면, 대체재로 주목받은 '은행 대리업'은 감감무소식이다. 2023년 6월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 시절 처음 추진 계획이 나왔지만, 이후 김병환 위원장을 거쳐 이억원 신임 내정자까지 수장만 세 차례 바뀌는 동안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국내 지점은 총 2266개로, 전년 말보다 155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의 지점 폐쇄 속도와 비교하면 상당히 가파른 수준이다.
지난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76곳, 53곳이 줄었는데, 올해는 이미 그 수치를 넘어섰다. 2022년 180곳이 줄었던 것과 비교해도, 올해는 상반기에만 155곳이 사라져 연말에는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흐름은 은행들이 지점을 '출장소'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빨라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출장소는 개인·기업 금융을 모두 다루는 지점과 달리 개인 소매 업무에 집중한다. 지점은 평균 10명 이상이 근무하지만, 출장소는 3~5명만으로도 운영할 수 있다.
실제 지난 6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국내 출장소는 총 439개로, 전년 말보다 67개 늘었다. 이는 2023년 19개, 2024년 6개 증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전환 속도가 크게 가팔라졌음이 나타난다.
물론 은행권 지점 폐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모바일 금융'이 대세가 되면서 대면 창구 축소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정부가 지점 폐쇄의 대안으로 추진한 '은행 대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은행 대리업은 은행이 아닌 곳에서 은행 업무를 대신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예컨대 전국 2500개 점포를 보유한 우체국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김주현 전 위원장 시절인 2023년 6월 은행 대리업 도입을 공식화했지만 추진이 미뤄졌고, 이후 김병환 위원장 취임 뒤인 지난해 10월 재논의에 들어갔다. 이어 올해 6월 시범 운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금융권은 논의가 지연되는 사이 정권 교체로 '정책 추진력'이 떨어졌다고 본다. 은행대리업은 윤석열 정부의 금융 정책 중 하나로, 새 정부 국정 과제엔 논의 자체가 빠져 있는 상태다.
특히 은행 대리업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문제, 우체국과의 이해관계 조율 등 복잡한 과제도 얽혀 있는데, 금융당국이 '전 정부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인 만큼, 새 금융위원장이 이를 이어받아 추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최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구 감소 지역'을 은행대리업 영업 구역으로 지정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대리업부터 제4인터넷은행 출범까지 신임 위원장이 결단해야 할 과제가 많아 논의가 지연된 것으로 안다"며 "신임 위원장이 내정된 만큼 속도가 붙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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