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도입 때처럼 주4.5일제 금융권부터 나서야"…현실적 한계 '고민'
금융노조 "노동시간 단축으로 저출생·청년실업 등 사회 문제 해결 가능"
사측 "인력 공백·임금 등 현실적 여건 함께 고민해야"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산업 전반에서 주 4.5일 근무제와 관련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노조는 금융권에서 시작된 주 5일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듯 주4.5일제도 금융권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속도보다는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도입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주4.5일제, 금융산업이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주 4.5일제 전환에 대한 노사 간 의견을 공유했다. 주4.5일제를 주제로 금융 노사가 공식 석상에서 의견을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토론자로는 △권혜원 동덕여대 교수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 △정종우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노사정책부 부장 △한진선 고용노동부 노동개혁정책관 과장이 참석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금융권이 2002년 7월 시중은행장 등과 임금 및 단체협약을 통해 산업계 최초로 주 5일제를 도입한 점을 강조했다. 당시 금융권이 주5일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이후 정부는 2003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주 5일제를 실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법적·재정적 지원 없이 노사끼리 주 4.5일제 도입을 결정하고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산업이 대한민국에 몇 개 되지 않는다"며 "금융산업이 먼저 시도해 전개한다면 사회 전반으로 주 4.5일제에 대한 수용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넓은 범주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부수적 경제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문화가 중요하다"며 "노동시간 단축이 저출생, 고령화, 청년 실업 등 사회 전반의 여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으로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우 부장은 사회적으로 주 4.5일제가 논의되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본다면서도 "이러한 변화가 모든 사업에 동일한 방식으로 일괄 적용되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부장은 "속도보다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추진돼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인력 공백과 임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가 존재하기에 여기에 대해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진선 고용노동부 과장은 주 4.5일제가 시행될 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근무시간에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 과장은 "산업장 별, 또 기업 내부 격차 등 불평등에 대해 고민이 많다"며 "정부가 어떤 부분을 지원해야 할지 이런 토론회를 통해 계속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2019년부터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추진해온 금융노조는 주 4일제의 궁극적인 도입을 위해 2024년에 과도기적 성격의 주4.5일제를 '핵심 목표'로 설정한 상황이다. 금융노조는 금요일 근무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오전 4시간만 근무하는 방식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낮추겠다며 주 4.5일제를 거쳐 장기적으로 주 4일제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3일 열린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노동 시간 단축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가능한 부분부터 조금씩 점진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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