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 초읽기…자본시장 '주주 중심'으로 패러다임 바뀐다
국힘 '전향적 검토'로 선회하며 6월 임시국회 처리 확실시
"저PBR 기업 중 자금력 갖춘 종목 최우선…정책 수긍 여부 잘 살펴야"
-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상법 개정안 처리가 임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이 '전향적 검토'로 돌아서며 이번 주 법안 처리가 확실시됐다.
상법 개정은 단순 법 개정을 넘어 '주주 중심'으로 상장 기업의 경영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로 해석된다. 기업들이 이 변화에 어떻게 순응하는지 여부가 코스피 추가 상승 동력이 될 전망이다.
상법개정안은 2일 법사위 소위에서 추가 논의된 뒤 3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을 반대해 온 국민의힘이 '전향적 검토' 의견으로 돌아선 게 결정적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상법 개정안에 대해 "2~3주 내 처리"를 약속했지만, 그간 여야가 원 구성 등을 놓고 충돌하면서 처리가 미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법사위 구성 이후 국민의힘까지 물러서면서 6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확실시됐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이번 법안의 핵심은 상장 기업의 이사가 대주주로 대표되는 회사의 이익만 추구하지 말고,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선언을 담고 있다. 인위적인 주주가치 훼손에 피해를 본 일반 주주들에게 사법 구제의 길을 열어준 것이 골자다.
기업들이 정관 등으로 '집중투표제'를 제외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또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 1명 이상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서 선출하는데, 개정안에는 분리 선출 대상을 2명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번 법안에선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 시 '3%룰'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도 새롭게 담겼다. 현행법에선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이해충돌을 줄이기 위해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상장사에서 계열사가 대주주에게 빌린 지분으로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는 꼼수로 제도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개정안은 사내인사인 감사위원 선출처럼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 3%'로 의결권 제한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재계에서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을 우려하고 있어, 이 내용은 여야 합의 과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사외이사제를 독립이사제로 변경해 독립성을 강화하고,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상법 개정 임박에 코스피도 반응했다. 전날 코스피는 장중 3133.52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기록했다. 특히 상법 개정 최대 수혜주로 평가되는 지주사와 증권주가 강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선 상법 개정이 단순 법 개정을 넘어 국내 자본시장의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오너의 '거수기' 역할에만 급급한 이사회의 비(非)독립성, 희미한 소액주주 존재감 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한 배경으로 평가됐다. 상법 개정이 이런 구조를 바로 잡아 개미 투자자들의 국장 복귀를 유도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계기가 될 것이란 것이다.
상법 개정 이후 기업 이사회는 '주주 이익'을 지금보다 더 우선할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율촌 기업지배구조센터는 "구조조정, 합병, 지배주주와의 내부거래, 자사주 처리 등 다양한 사안에서 소액주주의 권익 침해를 둘러싼 소송이 확대될 수 있는 법정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라며 "실무적으로는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는 절차가 필수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주와의 소통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로 소액주주도 이사 선임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데다, 기관투자자 중심의 IR도 개인투자자와 소액주주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법 개정 이후 기업들의 변화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 중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진 기업이 최우선 순위로 꼽히는 가운데, 과거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확대 등으로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력이 있는 기업들이 상법 개정 이후에도 패러다임 변화에 빠르게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주사, 금융지주 종목이 일찌감치 달궈진 것도 상법 개정 이후 기업들의 변화 수용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런 기조로 한국전력(015760), 강원랜드(035250), KT(030200), KT&G(033780) 등 공기업 또는 공적자금이 최대 주주인 기업들 역시 상법 개정 이후 정책 기조에 빠르게 순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된다.
이사회 구성의 변화, IR 리포트 개선, 중장기 배당정책 도입여부, 자사주매입·소각 실행 여부 등이 판단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한진 라이트우드파트너스 대표는 "기업의 실제 행동변화 여부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이 발표한 계획이 일회성 언급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이어지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이자 알파창출의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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