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김은경 "금융감독 개혁은 제 숙명…'관치금융' 금융위 엉망"

(종합)금융위 출신 '금융지주 CEO들'에 직격…"건강한 사회 아니다"
"금융위·금감원, 전혀 합의 안돼…사모펀드 사태 터져도 지지부진 대응"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022년 금융감독원 부원장 재직 당시 인사말을 하는 모습. 2022.7.2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 참여하는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보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관계가 정말 엉망이었다"며 "금융당국 조직 개편은 제 숙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금융위 출신 금융지주 회장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아무리 돈을 벌고 싶어도 이건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며 금융정책·감독 권한을 모두 쥔 금융위가 '관치금융'의 폐해를 초래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1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금융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금융개혁 과제 대토론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국정기획위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느냐' 질문에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진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감독원 첫 여성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지냈고, 2023년에는 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국정 로드맵을 짜는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에도 참여한다.

그는 과거 금감원 부원장으로 재직할 당시를 회상하면서 "금융당국 체계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며 "금융당국 조직 개편을 위해 지난 6개월간 치열하게 논문과 자료를 냈다"고 밝혔다. 다만 자신이 차기 금융당국 수장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사심이 들어가면 개혁이 안 된다"며 "그런 건 나중의 문제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금감원, 전혀 합의 안 돼…사모펀드 사태 터져도 지지부진 대응"

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감독 집행의 이층구조' 애로 사항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금감원 부원장 시절 금융위원회와 회의를 단 두 번 했을 뿐이며, 그마저도 아침 밥을 먹는 조찬 자리였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은 전혀 합의제가 아닌 독임제 관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사모펀드 사태 당시 시장에서 신호가 나오고 있었음에도 금융위에서 '기다려보자'는 답만 받아 실제 대응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며 "감독 집행의 이층구조를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금융위의 '정책-감독' 일원화 구조가 관치금융을 조장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민간 금융사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다 금융위 출신 아니냐"며 "옷 벗고 나가는데 왜 돈을 더 많이 주는 직장으로 옮겨가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금융감독위원회' 설립해 금감원-금소원 지원

김 교수는 이날 토론문에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금융위원회에 금융감독 기능과 산업정책 기능을 통합했다"며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관치금융을 제도화해 수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금융산업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저축은행 사태, 사모펀드 사태, 부동산 대출 폭증 등이 반복된 원인도 여기에 있다"며 "금융감독 기능이 금융위에 종속된 구조에서는 실질적인 견제와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김 교수는 금융위를 폐지하고, 금융위의 산업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감독 정책과 집행을 총괄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두고, 그 아래에 금융감독원(건전성 감독기구)과 금융소비자보호원(시장행위 감독기구)을 각각 분리·독립시켜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금감위는 최소한의 사무조직을 두고 감독정책을 조정하며, 금감원과 금소원을 보좌·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효율적인 감독을 위해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은 겸임하도록 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은 금감위 산하에 두는 '소봉형' 구조를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구조는 결코 이상론이 아니다"며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도 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감독기관을 정부로부터 일정 부분 독립시켜 책임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