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못한 아이에게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다…'우리'의 선물

인공와우 수술 지원으로 청각 되찾은 유준후 군
우리금융, 1년간 101명 아이들에게 세상의 '소리' 선물해

우리금융미래재단의 후원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유준후 군(1)이 엄마 오정원 씨(34), 아빠 유민준 씨(34)와 함께 지난달 29일 열린 우리금융의 사회공헌콘서트인 '우리모모콘'에 참가했다.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준후야!"

엄마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아이는 엄마를 향해 고개를 돌려 웃는다. 평범한 가족의 일상이지만 오정원 씨(34·여)에게는 여전히 '기적'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준후는 선천적인 고도난청으로 두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 상태로 태어났다. 사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준후는 자신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평소 너무나 건강했던 정원 씨 부부는 '청각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재검을 받아보라'는 준후의 신생아 선별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아닐 거야'하고 애써 외면했지만 준후는 딸랑이를 아무리 흔들어도, 주변에서 큰소리가 나도 고개를 돌려 쳐다보질 않았다.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시끄러운 공사장 드릴 소리가 아주 작게나마 느껴질 정도로 고도의 난청이라고 했다. 사실상 청력이 거의 없다는 소리였다.

"그동안 믿지 않았는데…엄청 많이 울었어요. 진짜구나 하고요."

아이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걸 받아들이고 나서부터 정원 씨는 청각장애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들리게 된다는데, 수술부터 시작해 보조기기 비용까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 버겁게 다가왔다.

유튜브 알고리즘까지 온통 인공와우 관련 콘텐츠들로 채워졌을 때쯤 정원 씨는 '사랑의달팽이'라는 기관을 통해 인공와우 수술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지난해 10월 생후 8개월의 준후는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인공와우 기구를 처음 쓰자마자 엄청 울더라구요. 안 들리던 세상의 소리가 들리니까요. 그래서 '이제 정말 들리나 보다' 했어요."

정원 씨는 준후가 처음 소리를 듣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준후가 세상의 소리에 깜짝 놀라 울음을 터트린 그날 정원 씨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수술을 받고 나서 정원 씨는 매일 준후의 이름을 소리 내 불렀다. 준후가 소리를 듣고 그저 엄마를 쳐다봐 줄 때, 정원씨는 그 매 순간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했다.

준후가 소리를 선물 받을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우리금융미래재단의 '우리루키(Look & Hear) 프로젝트'가 있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부터 청각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에게 수술과 회복을 지원하는 우리루키 프로젝트를 통해 사랑의달팽이를 후원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후원으로 1년여간 101명이 아동·청소년이 세상의 소리를 선물 받았다. 71명의 아이가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고, 30명의 아이에게는 인공와우 외부장치 기기 교체 지원이 이뤄졌다.

더불어 우리금융은 수술을 받은 아이들의 언어재활도 지원하고 있다. 준후도 수술 후 계속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 인공와우 수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언어지연 증상도 준후에게는 다행히 나타나지 않았다. 수술을 받은 지 1년이 지난 준후는 이제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스스로 "엄마"라고 부를 수 있게 됐다.

물론 수술 이후에도 보조장치를 계속 착용하고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준후는 비장애 아이보다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보조장치가 외부에 노출돼 있어 준후가 청각에 불편함이 있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릴 수도 있다. 정원 씨는 세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한 편견이 두렵기는 하지만 앞으로 준후가 지금처럼 밝은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에 대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 안 들려서 수술했어요. 지금은 너무 잘 들려요'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로 컸으면 좋겠어요."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