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손실 우려에 '아우성'…DLF 사태 '배상 기준안' 땐 어땠나

DLF 분쟁조정, 가산·차감요인 따라 20~80% 배상비율 산정
ELS 사태, DLF 때와 상황 달라…고령·재투자 여부 따질듯

ELS 사태에 배상기준안 방식이 도입될 경우 불완전판매 여부와 적합성의 원칙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폭락으로 이를 기초지수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자 금융감독원이 '배상비율 기준안' 마련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에 나섰다.

'배상비율 기준안'은 과거 불완전판매가 문제가 된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 때 처음 도입된 제도다. 당시에는 가산·차감 요인 등을 고려해 '최대 80%'까지 배상 비율이 정해졌던 바 있다.

◇2019년 DLF·사모펀드 때는 '불완전판매'에 20~80% 배상비율 기준안 마련

금감원은 지난 2019년 12월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불완전판매가 인정될 경우에 한해 해외금리연계 DLF·사모펀드 투자손실에 대한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배상비율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 30% △은행 본점차원의 내부통제 부실책임 20% △초고위험상품 특성 5%를 포함해 55%의 기준이 정해졌다.

금융당국은 55%의 배상비율을 기준으로, 여러가지 가산 요인과 차감 요인을 적용해 최종적으로는 20~80% 사이의 배상 비율이 결정되도록 했다.

가산 요인으로는 △금융취약계층 여부(만 65세 이상 은퇴자, 주부 5%p·80세 이상 초고령자 10%p) △해피콜을 안받았을 시(5%p) △예적금 가입목적 고객일 시 (10%p) 등이 있었다.

반대로 차감 요인으로는 △금융투자상품 경험(3회 초과 5%p↓·10회 초과시 또는 파생상품 손실경험 10%p↓) △매입규모( 2억~5억원 5%p↓·5억원 초과 10%p↓) △투자상품이해능력(전문직 10%p↓) 등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투자자 책임 원칙'을 고려해 가산·차감 요인을 더한 최종 배상비율이 8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반대로 최대로 감점되더라도 불완전판매가 인정되면 최소 20%의 보상을 받도록 했다.

당시 당국의 "상품 출시에서 판매까지 전 과정에서 심각한 내부 통제 부실이 발견됐다"는 지적처럼 일부 은행은 난청을 앓는 79세 치매 노인에게 DLF를 판매해 80%의 배상조정 결정을 받았던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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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지수 ELS 투자자 90% 정도가 '재투자자'…"DLF·사모펀드 때와 달라"

홍콩 ELS 대규모 손실 문제 역시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상 적합성의 원칙을 언급하며 불완전판매 문제를 꺼내든 만큼, 이번 사안에서도 배상 기준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DLF·사모펀드 사태와 이번 홍콩 ELS 손실 문제 사이에는 '온도차'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판매 과정은 물론 상품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던 DLF·사모펀드와 ELS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먼저 현재 예상되는 ELS 손실은 상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홍콩 H지수의 급락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이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다르겠지만 통상 90% 이상의 ELS 가입자가 재투자자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동안 H지수 ELS가 손실구간에 진입한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익을 보고 다시 투자했던 재투자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재투자자의 경우, 앞서 DLF·사모펀드 사태 때도 그랬듯 상품의 성격이나 위험도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절차적인 불완전판매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판매사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또 ELS는 지난 2021년 파생상품 판매 절차를 엄격히 만들어 놓은 금소법이 시행된 이후 판매된 상품으로,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불완전판매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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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만65세 투자자 20%…재투자 경험 있으면 불완전판매 인정 어려울듯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시기에 고액이 몰려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판매사인 은행들의 주장대로 판매 절차가 잘 지켜져 불완전판매가 거의 인정되지 않을 경우, 실제 ELS 관련 배상은 적합성 원칙에 따라 재투자 이력이 거의 없는 일부 고령층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에 따르면 H지수 ELS 가입자의 약 20% 정도가 만 65세 이상의 고령 투자자다. 전체 재투자자 비율도 90% 이상으로 여겨지는 만큼, 고령층 중에서도 ELS 가입 후 이익을 보고 재투자를 한 사람은 분쟁조정으로 가더라도, 투자자 책임의 원칙에 따라 배상 비율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번 ELS 사태에 대해 "복잡한 이슈"라며 "60대 이상이라고 해도 (투자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전문적인 사람들이 투자를 하고 손해봤다고 들고 일어나 물어내는 건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H지수 ELS 2024년 상반기 만기도래 물량은 약 8조4100억원이다. KB국민은행이 4조7726억원으로 절반을 넘는다. 이어 △NH농협은행 1조4833억원 △신한은행 1조3766억원 △하나은행 7526억원 △우리은행 249억원 순이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