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사업자 신고' 2년, 무엇이 달라졌나[특금법 규제의 늪]①
2021년 9월 최초 신고 이후 2년…사업자 폐업·자본잠식 잇따라
그럼에도 '심사 강화' 추진하는 당국…등록 업체 사고·행정소송 등 영향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보관·관리업자, 지갑서비스업자 등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특금법 개정안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시행됐다. 사업자 신고는 6개월 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21년 9월에 이뤄졌다. 당시 가상자산 거래소 24개사, 기타업자 9개사 등 총 33개 사업자가 최초로 신고를 마쳤다.
최초 신고 때는 '불수리'가 없었다. 따라서 신고한 사업자들 모두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사실상 '울며 겨자먹기' 신고이기도 했다. 당시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을 제외한 나머지 20개 거래소들은 원화와 코인 간 거래를 지원할 수 없는 '코인마켓 거래소' 자격으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영업 신고 전까지 원화마켓(원화와 코인 간 거래 지원) 거래소 신고 요건인 '은행 실명계좌'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끝내 획득하지 못한 탓이다.
2년이 흐른 지금 업계 상황은 악화됐다. 최초 신고 당시만 해도 신고 이후 실명계좌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는 거래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본잠식과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사업자 신고 수리를 위한 심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가상자산사업자로 등록돼있음에도 사고를 일으킨 사례가 있었던 데다, 신고 불수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업체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강화된 진입 규제에 '줄폐업'이 예상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금법 2년, 버티기 힘들다…폐업·자본잠식 줄이어
특금법 상 최초 신고가 이뤄진 2021년 9월 이후, 약 1년 간은 '버티는' 사업자들이 많았다. 특히 규제에 막혀 원화마켓을 포기한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거래량 및 매출이 '제로(0)'에 가까운 상황에도 사업을 이어갔다.
상황이 달라진 건 올해부터다. 사업자들의 적자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FIU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인마켓 거래소 21곳 중 18곳이 자본잠식 상태다.
이에 영업을 종료하는 거래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코인마켓 거래소 중에선 규모가 있는 편에 속했던 캐셔레스트, 코인빗 등이 문을 닫았다.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거래소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줄폐업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실명계좌를 확보해 원화마켓 운영을 재개하려는 곳들도 나왔다.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한 고팍스, 광주은행으로부터 계좌를 얻은 한빗코가 그 예다.
하지만 한빗코는 원화마켓을 다시 열 수 없었다. 원화마켓 전환을 위한 변경신고를 마쳤으나, FIU로부터 불수리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FIU는 지난 10월 한빗코가 특금법 상 의무를 위반, 과태료를 부과받은 점을 들어 변경신고를 불수리했다.
신고 불수리로 영업을 종료한 곳도 있다. FIU는 지난 1월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 페이코인의 변경신고를 불수리했다. 페이코인의 사업구조에 원화와 코인 간 교환이 있어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갖출 것을 권고했지만, 끝내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근거였다. 이에 페이코인은 국내 영업을 종료해야만 했다.
업계는 가상자산 사업을 위한 진입 규제가 현재도 엄격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개정 특금법이 시행된 2021년 당시 가상자산 산업 규제를 위해 '임시방편'으로 법을 마련하다 보니, 은행에 모든 위험 평가를 위임한 영향이 컸다.
국내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사업자들 중에서도 거래소들은 사업의 운명이 사기업인 은행에 달려 있다. 2년 전 최초 신고 때도 은행에 모든 평가 권한을 위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며 "실명계좌를 확보하는 곳은 더 이상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당국, '사업자 심사' 더 엄격하게…법 개정 추진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줄폐업이 시작됐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사업자 신고를 위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수리받은 업체들이 사고를 일으켰다. 고객 자산의 출금을 막은 델리오,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DAXA, 닥사)의 공동 상장폐지 대상이 된 베이직 등이 그 예다.
이들 업체는 모두 FIU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수리받은 업체였다. 델리오는 가상자산사업자 자격을 내세워 코인 예치 상품을 홍보했지만, 고객이 맡긴 코인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입으면서 현재 고객 자산의 출금을 6개월째 막고 있다. 또 '베이직리서치'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수리받은 가상자산 프로젝트 베이직(BASIC)은 러그풀 의혹 등에 연루되면서 닥사의 공동 상폐 대상이 됐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신고 심사 과정에서 업체의 운영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FIU를 비판했다. 가상자산사업자 심사가 더욱 강화된 배경이다.
이에 더해 고팍스, 한빗코 등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사업자 변경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특수 상황'도 발생했다. 고팍스의 경우,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바이낸스 측 인사로 대표를 변경했다. 이는 사실상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이었다.
고팍스가 대표 변경에 따른 변경신고를 하자, FIU는 '대주주 문제'를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특금법 상 신고 요건에는 대주주 관련 사항이 없기 때문에 FIU는 고팍스의 변경신고 수리를 줄곧 미뤄왔다.
한빗코는 광주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하면서 원화마켓(원화와 코인 간 거래 지원) 거래소로 전환하려했지만, 현장검사에서 특금법 의무 위반 사항이 드러났다. 이 위반 사항으로 인해 실명계좌 확보 후 진행한 변경신고에 대해 불수리 통보를 받았다. 한빗코는 이에 대한 행정소송 제기를 고려 중이다.
이런 특수 상황을 마주하게 된 FIU는 FIU의 결정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만 했다. 이에 FIU가 국회에 이같은 고충을 전달했고, 현재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사업자 불수리 요건에 대주주 적격성, 특금법 위반 위험성 등을 추가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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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이 최초로 당국에 '신고'를 마친 지 2년이 흘렀다. 특금법은 관련 법이 없던 가상자산 업계가 처음으로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가상자산을 위한 업권법이 아닌 특금법을 차선책으로 우선 적용하면서 부작용도 컸다.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 방지가 주된 법 취지였지만 '실명계좌'를 빌미로 막강한 '그림자 규제' 권한을 휘둘렀다. 버티지 못하고 영업을 종료한 사업자들이 속출했고 각종 신사업도 막혔다. 살아남은 1등 기업만 비대해졌다. 전세계가 '코인 강국 코리아'를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가상자산 생태계는 고사 위기에 놓여있다. 가상자산의 상징과도 같은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다시 치솟고 있지만 규제에 내몰린 'K-코인'은 씨가 말랐다. 설상가상으로 금융당국은 사업자 신고 수리를 위한 심사를 더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세계에 공통적으로 불어닥친 디지털 경제라는 불가항력의 흐름에도 정부는 규제에만 혈안이다. 진흥은 없고 규제만 있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미래 먹거리'를 이끌 혁신이 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