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 '비이자수익'으로 돈버는데…한국은 여론에 발목[덩치만 커진 은행]③

국내은행 '이자장사 '비판에도 해외처럼 수수료는 '언감생심'
은행권 비이자수익 비중 위해 '투자일임업' 규제 허용 요구나서

편집자주 ...지난 15년간 은행권 대출자산은 157% 급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은행 수익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대비 절반으로 떨어졌다. 은행이 손쉬운 '이자장사'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정작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금융지주가 은행 중심의 경영관행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사업다각화를 가로막는 규제 중심의 현 금융지주회사법부터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세상이 급변해 금융·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진 '빅블러 시대'가 됐지만 규제시계는 금융업 보호를 위해 금융지주회사법을 만든 과거 2000년에 멈춰있다.

국내은행은 해외은행처럼 수익 다각화를 하려 해도 국민 정서나 규제 가로막혀 사업구조 변경이 어려운 상황이다.2023.6.1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국내 은행들은 툭하면 '이자 장사'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영업이익 중 이자이익의 비중이 너무 높아 예대마진으로 쉽게 돈을 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수수료 세부 내역을 공시하는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3개 시중은행의 비이자 수익 비중은 9.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미국 4대 상업은행(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은행, JP모건, 웰스파고)의 비이자 수익 비중은 30.8%에 달했다. 국내은행의 이자이익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수익구조를 두고 국내은행에만 원인을 돌릴 수 없다. 해외은행처럼 수익 다각화를 하려 해도 국민 정서나 규제 가로막혀 사업구조 변경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외은행 '계좌 수수료' 비중 크지만…韓, 국민 반감 커 도입 어려워

미국 등 해외 은행의 경우 비이자 수익 비중이 큰 것은 '수수료' 관련 수익 덕이 크다. 특히 국내은행에서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예금 계좌 수수료의 비중이 크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4개 은행은 △예금 계좌 유지 수수료 △입출금 수수료 △최소 예금잔액 미충족시 부과 수수료 등 예금계좌 수수료로만 153억4500만달러(약 20조4380억원)를 거뒀다. 이는 전체 비이자수익 중 13.6%, 총 수익 대비로는 4.2%에 달했다.

국내은행의 경우, 국민 정서상 반감이 커 계좌 관련 수수료가 없다. 지난 2017년 한국씨티은행에서 계좌유지수수료 제도를 도입했지만 거센 비판에 여러 예외 조항을 두며 유명무실해진 사례가 있을 정도다.

오히려 차주의 이자 부담 경감의 수단으로 수수료 면제가 활용되는 측면이 있어, 기존 수수료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ATM 수수료, 금고대여 수수료, 수표 관련 수수료 등 '기타 업무 수수료' 역시 미국에서는 총수익 대비 11.5%(비이자 수익 중 37.5%)를 차지할 정도로 큰 매출이 발생하지만, 국내에서는 총수익 대비 2.0% 수준으로 비중 차이가 크다.

또 지난해 미국은행의 비이자 수익 중 트레이딩 수익은 총수익 대비 9.6%(352억6800만달러·약 46조888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트레이딩 수익의 총수익 내 비중은 0.9%에 불과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대형은행은 트레이딩 수익 비중이 크며 신 수익원 확보를 위해 이자율 스왑, 외환 선물, 선도시장 등 파생상품 트레이딩에 적극 참여하며 비이자수입 구조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매출 중 글로벌 자산 및 투자관리(GWIM), 글로벌 금융 및 글로벌 시장 등 투자·해외 영업 관련 수익 비중이 62%를 넘는다.

이자 수익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내 은행들 역시 트레이딩 자산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유가증권시장 상황 등 일회성 요인의 영향이 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등 해외 은행의 경우 비이자 수익 비중이 큰 것은 '수수료' 관련 수익 덕이 크다. 특히 국내은행에서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예금 계좌 수수료의 비중이 크다. ⓒ AFP=뉴스1

◇은행권 "은행 투자일임업 허용 통해 비이자수익 비중 확대해야"

이처럼 수수료 등을 통한 비이자수익 활성화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은행업권에서는 당국에 제도 개선을 통해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국내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투자일임업이란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판단의 전부나 일부를 일임받는 자산 투자를 온전히 맡기는 것으로, 관련 법령에 따르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선물회사 등 금융투자업권만 투자일임업을 영위할 수 있다.

현재 은행법에서는 시행령을 통해 납입한도 1억원(연간 2000만원)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 은행의 투자일임업 겸영을 허용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판매수수료 중심 사업모델은 투자수익률 제고가 아니라 금융상품 판매량에만 몰두하도록 한다"며 "은행 자산관리 서비스가 확대, 활성화되면 자산관리 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며 비이자이익 비중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현재 투자일임업을 영위 중인 금융투자업권에서는 생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에서는 은행권에 대한 투자일임업 허용에 따른 리스크 및 관리, 해소 방안을 검토하고 국민들에게 어떤 금융편익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5월 개최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실무작업반'에서 "특정 업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동일 기능 ·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