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인기템 '외화 선불카드' 위·변조 취약?…'이상거래' 주의보

편리한 '외화 선불카드'…카드 위·변조 범죄 타깃 가능성↑
금감원도 해외여행 카드 부정사용 '주의' 경보 발령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면세점을 이용하는 모습. 2023.5.2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최근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다녀온 A씨는 새벽에 '1800'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깼다. 스팸 전화라고 생각했으나 상담원은 A씨 명의의 카드가 미국에서 결제를 시도해 '이상거래시스템'(FDS)에 감지됐다고 말했다. 복제된 A씨의 카드는 환전 수수료없이 외화를 충전해 현지에서 결제하거나 ATM 출금을 이용할 수 있는 '외화 선불카드'였다.

A씨는 "동남아시아에서 결제 몇 번, ATM 출금 몇 번을 했을 뿐인데, 미국에서 부정사용 시도가 발생했다고 한다"며 "현지에서 쓸만큼만 충전해서 전부 사용해서 다행이지, 돈이 들어있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 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최근 결제 수수료 및 ATM 출금 수수료 무료 혜택을 바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외화 선불카드'와 관련한 카드 위·변조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수수료 무료' 외화 선불카드…해외 ATM 이용시 복제 등 범죄 노출 확률↑

외화 선불카드란 실시간으로 환율에 맞춰 외화를 충전하고, 이를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다. 지난 2021년 2월 핀테크 스타트업 트래블월렛이 출시한 '트래블페이' 카드, 하나카드가 지난해 7월 출시한 '트래블로그' 카드 등이 있다.

외화 선불카드는 충전 시 환전 수수료가 없다. 은행들이 통상 달러 등 주요 통화에만 수수료 우대율(수수료 할인율)이 70~90% 적용되는 것에 비하면 큰 혜택이다. 평균 2.5%에 달하는 온·오프라인 해외 결제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비자·마스터 등 카드별 제휴사에 따라 현지 ATM에서도 수수료 없이 돈을 출금할 수 없어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트래블페이 카드 거래액은 출시 첫 해인 2021년에는 94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100억원으로 2234% 급증했다.

하나카드도 지난해 7월 출시한 트래블로그 카드의 환전액이 지난 5월 기준 2300억원을 돌파했으며 가입자도 지난 7일 100만명을 넘어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여행 관련 커뮤니티들에는 외화 선불카드를 이용한 해외 ATM 이용 후기 등이 다수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1

◇외화 선불카드, 부정사용 시도 여러건 발생…FDS로 실제 피해는 막아

문제는 이같은 카드들이 카드 위·변조 등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A씨의 사례가 발생한 해당 업체 관계자는 "(해당 카드 가입자 중) A씨가 아닌 다른 가입자의 카드들에서도 부정 사용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카드에 잔액이 남아있던 가입자의 경우까지도)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이 정상적으로 작용해 다행히 실제 금융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간 일반 체크카드는 해외 사용이 가능하더라도 수수료가 비싸 비상시를 제외하면 여행객들이 현지 ATM을 이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제휴된 은행의 ATM에서는 수수료가 무료인 덕에 외화 선불카드로 현지 ATM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A씨 외에도 여행 관련 커뮤니티들에는 외화 선불카드를 이용한 해외 ATM 이용 후기 등이 다수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관리가 잘되는 국내와 달리 해외 사설 ATM에는 불법 카드 복제기가 달려있을 위험이 큰 편"이라며 "해외에서 ATM을 이용하려면 은행 내에 있거나 대형 소핑몰 등 관리가 잘되는 곳에 있는 ATM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호진 금융감독원 여신금융검사국장도 "실제로 (해외에서) ATM기에 카드를 넣었다가 번호를 빼가는 사례들이 종종 발생해 금감원에도 접수되고 있어, '주의' 등급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고 말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금감원 "ATM 복제 의심 사례 접수…사설 ATM기 사용 삼가야" 소비자 경보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부정사용 건수는 2만1522건으로 전년대비 19.8% 증가하고, 부정사용 금액도 64억2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0.8% 늘었다. 특히 해외 부정 사용 피해액은 건당 128만9000원으로, 국내(24만1000원)의 5배가 넘었다.

금감원은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해외사용안심설정 서비스 신청 △해외여행 중 카드 분실 시 즉시 신고 △카드 뒷면 서명 등 과실을 줄여 피해 보상률을 높일 것 △해외 사설 ATM기 사용 삼가고 카드결제 과정 확인하기 등의 행동 요령도 안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여행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카드 도난분실, 복제 등에 따른 부정사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정거래의 경우 사기 수법이 다양해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