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진의 똑똑재테크] '애국'(愛國)하면서 돈도 벌 수 있을까?

한일관계 갈등 고조에 웃는 애국테마주…'극일펀드'도 관심
문제는 수익률, 펀더멘털·운용전략 분석 등 투자 준비 필요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애국(愛國)하면서 돈도 벌 수 있을까. 보통 주식 등 금융상품 투자는 내 돈 벌자고 하는 일인데, 해당 기업, 나아가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면 1석3조 투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애국 투자로 수익이 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금융시장에서도 애국 마케팅이 끊이지 않는다. 다만 '애국하고 돈도 벌겠다'는 마음으로만으로 투자했다가는 손실을 입을 수도 있는 만큼, 기업 펀더멘털(기초여건)과 펀드 운용 전략을 분석하는 등 투자 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개장 초반 모나미, 신성통상 등 이른바 '애국 테마주'들의 주가가 동반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날 모나미는 16.3%, 신성통상은 7.6%까지 올랐다.

국내 토종 문구업체인 모나미는 일본 볼펜 브랜드와 경쟁관계에 있어 대표적인 애국 테마주로 꼽힌다. 신성통상은 국내 토종 의류 제조·직매형(SPA) 브랜드 '탑텐' 등을 운영하고 있어, '유니클로' 등 일본 의류 브랜드의 대체재로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애국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애국 테마주들은 주로 한일관계의 갈등이 고조될 때 주가가 갑자기 오르는 모습을 보인다. 내년부터 사용될 일본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실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올해 3월31일,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를 한 2019년 7월1일 등이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8월26일 오전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인 '필승코리아 펀드'(NH-Amundi 필승코리아증권투자신탁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8.26/뉴스1

자신이 애국 테마주에 투자해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면, 해당 기업이 유상증자·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보다 유리한 환경에 있을 수 있고, 나아가 해당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입각한 '착한 경영' 또는 고용, 사회환원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한다면 종국에는 나의 투자가 애국이 될 수 있다.

2019년 8월12일에 출시된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펀드'도 비슷하다. 이 펀드는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부품·소재·장비 관련 기업이나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성을 갖춘 국내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선다는 컨셉의 이 펀드는 이른바 극일(克日) 펀드'로도 불렸다.

문 대통령은 출시 2주 만에 직접 NH농협은행 본점을 찾아 이 펀드에 가입했다. 그러면서 "소재·부품산업의 우리 경쟁력을 높인다면 그것은 곧바로 우리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또 제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라며 "많은 국민들께서 함께 참여해서 힘을 보태주시기를 바란다"고 독려했다. 이에 힘입어 출시 3개월 만에 이 펀드에는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앞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에 맞춰 2014년에 출시된 '통일펀드',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이라고 불린 '바이코리아(Buy Korea) 펀드'도 필승코리아판드처럼 투자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한 바 있다.

19일 도쿄올림픽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한 취재진이 요미우리 신문을 읽고 있다. 이날 요미우리 신문은 한일 양국 정부가 도쿄올림픽 개막일인 오는 23일 도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첫 대면 정상회담을 열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2021.7.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관건은 수익률이다. 애국하고 돈도 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손실을 안고 가려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필승코리아펀드 A클래스에 가입했다면 수익률은 설정 이후 108.4%, 최근 1년 49.9%, 6개월 2.1%, 3개월 0.2% 등이다. 통일펀드는 지난 21일 장 마감 기준 현재 5종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펀드에 5년 전에 가입했다면 평균 57.1%의 수익률을 기록하지만, 6개월 전에 가입했다면 수익률이 -2.76%에 그친다.

개별 종목도 투자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당장 지난 20일 문 대통령의 일본 방문 무산 소식을 듣고 신성통상 1주를 샀다면(고가 3490원에 매수 가정) 3.7%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신성통상은 23일 개막한 일본 올림픽 관련 이슈에 11.6% 급등했다. 반면 모나미 1주를 20일 고가(6850원)에 샀다면 23일 종가 기준 -15.3%의 수익률로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 종목은 오는 8월15일 광복절 전후로 애국 이슈가 부각되면 다시 한번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기업 실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기보다는 한일관계 등 대외변수에 영향을 받고, 또한 같은 애국 테마주, 애국 펀드라도 하나의 이슈에 대한 방향성이 엇갈리는 만큼, 애국 이슈에 매몰되기보다는 해당 종목의 펀더멘털, 펀드의 운용전략 및 구성 종목 등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재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기업 가치는 실적으로 좌우되는 게 맞다. 애국 이슈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보다 부풀려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정 스토리 때문에 투자자 몰리고 주가가 오른다면 버블이 아닌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