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아파트 통매입 사모펀드 각종 의혹에 청산 가닥

이지스운용 오늘 오후 보도자료 배포해 계획 등 밝히기로
秋장관 "강남 한복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 논란 증폭

삼성월드타워.(네이버 거리뷰 캡처)ⓒ 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이동희 기자 = 강남 한복판의 나홀로 아파트를 통째로 사들여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사모펀드가 펀드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주택자 규제 회피, 사모펀드의 대출규제 위반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사모펀드를 운용 중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배포해 사모펀드에 관한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펀드 청산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11층 규모의 '삼성월드타워'는 지하철 7호선·분당선인 강남구청역과 가까운 곳에 있다. 58.8m², 84.7m² 등 면적의 46가구로 구성돼 있다. 1997년 입주가 시작돼 20년이 넘은 만큼 리모델링 뒤 분양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기려는 게 이지스운용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모펀드의 아파트 매입 소식이 전해지자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논란이 증폭됐다.

우선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고, 이 대책이 시행되는 7월1일 사이에 실거래가 이뤄진 점 등에 비춰 다주택자 규제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다주택자로서 취득세, 보유세 및 양도차익에 대해서 이 부동산 펀드도 일반 법인과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으므로 투자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시기적으로 볼 때도 본 사업은 올해초부터 매입을 검토해 당초 4월 말까지 거래가 완료되는 것이 목표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거래가 연기됐기 때문에 6·17 대책을 회피하고자 사모펀드를 만든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규제 회피 논란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대츌규제 위반 의혹도 제기됐다. 사모펀드가 아파트 매입을 위해 새마을금고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LTV(담보인정비율)에 따른 한도보다 100억원 가량 많은 270억여원을 빌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지스운용은 리모델링 등을 위한 시설자금대출이었기 때문에 LTV 규제를 위반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이 대출이 사실상 주택보유 목적의 대출이었다고 보고 100억여원에 대한 회수에 나섰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대출금 회수와 동시에 대출 과정에서 금고와 이지스운용 간 짬짜미가 있었는지도 확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은 대출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가 있었는지를, 국토부 한국감정원은 과세회피를 위한 저가거래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모펀드의 아파트 매입을 직접 거론하면서 "강남 한복판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나고야 말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금부(금융과 부동산) 분리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한 방송에서 "뉴스를 보고 놀라웠다"며 "(사모펀드를 통한) 가장 확실한 투자수단이 돼버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모펀드의 아파트 매입을 놓고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이지스운용은 결국 펀드 청산을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펀드 청산 사실은 금감원에 2주 안에 보고하게 된다. 펀드 청산이 확정된다면 이 아파트에 관해서는 딜 클로징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지스운용 측이 매도인에게 위약금을 내는 등의 후속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