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공포' 확산…실질GDP>명목GDP 기현상에도 정부·한은 낙관만

GDP물가 -1.6% 사상 최저…사상 첫 4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
1999년·2006년 이어 올해 연간 GDP물가 마이너스…전문가 "과감한 대책 내놔야"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민정혜 장도민 기자 =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데 이어 우리나라 전체 최종생산물의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GDP물가까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자 'D(Depression,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공포'가 커지고 있다. 경제활력의 구조적 후퇴로 인한 저물가 현상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경제 관련 구조적 개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명목GDP가 실질GDP보다 떨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는데도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경기 침체 흐름을 막기 어렵다. 정부가 변화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9년, 2006년 이어 연간 GDP물가 마이너스 유력…기업 수익성 하락 의미

3일 한국은행의 '2019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최종생산물의 가격수준을 나타내는 GDP물가인 GDP디플레이터는 전년동기 대비 사상 최저치(기준 조정 이전 포함시 1999년 2분기 -2.7% 기록 이후 최저)인 -1.6%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01%), 올해 1분기(-0.5%), 2분기(-0.7%)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4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것으로 경제 전반의 물가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다. GDP가 한 나라 경제의 모든 활동을 포괄할 뿐 아니라 추계 때 소비자물가지수, 수출입물가지수 등 각종 물가지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GDP 디플레이터는 다른 물가지수보다 포괄 범위가 넓다.

GDP 디플레이터가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며 하락한 적은 단 두 번에 불과하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내수가 부진했던 1998년 4분기부터 1999년 2분기(-1.1%→-4.5%→-2.7%), 반도체 등의 수출 가격이 하락했던 2006년 1분기부터 2분기(-0.7% → -0.2%) 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지속했다.

해당 분기가 속한 1999년(-1.2%)과 2006년(-0.2%)에는 연간으로도 GDP 디플레이터 등락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올해 3분기 누적 GDP 디플레이터는 -1.0%다. 연간 GDP 디플레이터가 역대 세 번째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명목GDP가 실질GDP를 밑도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올해 3분기 GDP 디플레이터 마이너스에는 반도체 등의 수출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GDP디플레이터는 내수, 수출, 수입으로 구성된다. 올해 3분기에는 수출 디플레이터가 -6.7%, 수입의 경우 -0.1%, 내수는 1.0%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 가격,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석유화학 가격의 마이너스 확대가 GDP 디플레이터 마이너스를 유발했다"며 "곧바로 플러스 전환은 어렵겠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주춤하고 있어서 마이너스 폭이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보인다는 것은 국내 수출 제조업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의미한다. 물품 판매 물량이 늘어나도 가격이 떨어지면 정작 기업이 얻는 수익은 악화될 수 있다. 낮은 GDP 디플레이터가 장기화되면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수익성이 떨어진 기업이 투자를 늘리거나 실질 임금을 올리기는 어렵다. 기업이 휘청거리면 국민 소득 증가세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 수요와 소비 감소는 수순이어서 가계는 물론 자영업자도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계절적 요인에 따라 등락이 큰 농산물과 외부 요인에 민감한 석유류 등을 빼고 산출한 11월 근원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0.6%에 불과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물가 상승률이 공식적으로는 처음 마이너스를 보인 지난 9월(0.5%), 1999년 12월(0.5%)과 같은 사실상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간 근원물가 역시 1999년(0.3%)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 제조업 기업에서 시작된 경기 부진의 여파를 내수로 버틸 체력이 없다는 의미다.

◇정부·한은 "디플레이션 해석 무리" vs 전문가 "낙관 전망 우려 과감한 대책 내놔야"

정부를 비롯해 한은은 GDP 디플레이터 마이너스가 디플레이션 전조라는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마이너스 GDP 디플레이터로 디플레이션과 비슷한 현상이 나올 순 있지만 총수요가 감소해 기대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디플레이션으로까지 연결해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수출 물가 하락에 기인한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반도체 경기 등이 개선되면 다시 올라갈 여지가 있다"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소폭 올라가고 있고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주춤하고 있어서 플러스 전환은 쉽지 않겠지만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한은의 낙관전 전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장 디플레이션으로 보기 어렵더라도 그 '전조'는 확실히 인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이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외부적 요인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데이터 3법 등 기업이 투자를 원하는 분야의 규제 개혁으로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장기복합불황으로 가는 전조가 여러 곳에서 포착되며 언제 대형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음습한 불안이 몰려오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당장 표가 떨어지더라도 재벌개혁을 포함해 노동개혁 등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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