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사 '차이니즈 월' 완화…회사가 세부규제 정해

제3자에 업무위탁 금지된 핵심업무, 인가·등록 받으면 가능

(금융위원회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금융투자회사의 '차이니즈 월'(정보교류 차단장치)이 완화된다. 차이니즈 월은 금융투자회사가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하는 제도다. 앞으로는 회사가 규제 형식의 세부사항을 정하는 등 자율성이 높아진다. 대신 유통이 제한되는 정보를 이용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거나 시장질서가 교란된 경우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책임도 강화된다.

금융투자업 업무위탁 및 겸영·부수업무 규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제3자에 대한 업무위탁이 금지된 금융투자업 핵심업무라도 관련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가·등록을 받은 자에게는 위탁이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는 27일 '금융투자업 영업행위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투자회사의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어 '금융투자업 차이니즈 월 규제 개선방안'과 '금융투자업 업무위탁 및 겸영·부수업무 규제 개선방안' 등 2개 과제를 발표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현재 차이니즈 월은 회사 규모와 업무의 성격 등을 고려하지 않고 법령에서 직접 규제 대상과 방식을 정하고 있어 조직·인사운영에 대한 회사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로 인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도 이를 신속히 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신(新) 차이니즈 월은 규제 준수 방식에 대한 업계의 자율성을 제고하고 회사의 책임성을 강화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법령에서 차이니즈 월의 설치대상, 행위 규제, 예외 사항을 직접 규정하는 방식보다는 필수원칙만 제시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업(業) 단위의 칸막이 규제는 정보 단위 별로 바뀐다. 임직원 겸직제한 등 인적교류 금지, 사무공간 분리 등 물리적 차단 의무와 같은 형식적 규제는 법령에서 폐지하기로 했다.

계열회사 등과의 사외 차이니즈 월 규제는 사내 규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개선된다. 특히 계열회사 등과의 임직원 겸직제한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규제 수준으로 완화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또 회사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공개 중요정보에 대한 판단 절차와 차이니즈 월에 대한 주기적 점검 및 교육 의무 등 회사의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했다. 고객정보를 이용한 이해상충 행위가 금지되고, 미공개 중요정보 발생 시 거래제한 규제가 신설된다.

정보교류 차단을 위한 내부통제기준을 위반한 경우에는 가중 제재되며, 유통이 제한되는 정보 이용 등으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거나 시장질서가 교란된 경우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금융투자업자에 대해서는 피해금액보다 큰 과장금이 부과된다.

(금융위원회 제공)ⓒ 뉴스1

이와 함께 금융투자업 업무위탁 및 겸영·부수업무 규제로 인한 업무 확장 어려움 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현재는 인가·등록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필수업무(본질적 업무)의 경우, 핵심업무와 비(非)핵심업무로 구분해 위탁을 제한하고 있다. 앞으로는 핵심업무와 비핵심업무의 구분을 폐지해 위험관리 등 내부통제업무를 제외한 핵심업무에 대해서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가·등록을 받은 자에게 위탁을 허용하기로 했다.

IT 업체와의 협업 증가 등 경영환경 변화를 반영한 개선안도 제시됐다. 매매주문의 접수·전달·집행 및 확인업무를 IT 기업 등에 위탁할 수 있게 하고, 지정대리인 제도를 통해 금융투자업권도 IT기업 등에 본질적 업무를 위탁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금지돼 있는 재위탁을 원칙 허용으로 전환하고, 단순 정보처리 업무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위탁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재위탁으로 인한 책임은 금융투자업자에게 귀속시켜 투자자를 보호할 예정이다. 신속한 업무 추진을 위해 업무위탁 및 겸영·부수업무에 대한 사전보고 원칙을 사후보고 원칙으로 전환하되, 투자자 보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감독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법안 통과 시 시행령 등 하위규정을 정비해 개선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다음달 중 유관기관 간 TF를 구성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 내부통제기준 표준안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끝으로 금융당국의 유권해석 및 비조치의견서를 활성화해 원칙규제 전환에 따른 규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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