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의 결단, '대조양 딜' 만들었다

내부TF로 수의계약·주식교환 비밀리에 준비
"민간에 선제적 매각 결심이 주효"...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는 더 봐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절차 개시 관련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계열 조선사를 총괄하는 조선통합법인을 출범시키고, 조선통합법인에 산은이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체(55.7%)를 현물출자하기로 합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2019.1.3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현동 기자 =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현대중공업에 넘기는 딜(Deal) 구조를 공개하면서 이동걸 회장의 결단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상 수의계약 형태를 적용해 공개경쟁 입찰에 따르는 매각 실패 확률을 줄인거나, 현물출자와 신주발행이라는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자의 재무적 부담을 덜어준 점은 참신한 접근 방식이었다. 특히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세계 1·2위 조선회사 주식 간 교환거래를 준비하면서 거래 직전까지 보안을 철저히 지켰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관리 능력도 빛났다.

산업은행은 지난 1월31일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55.7%)를 현대중공업그룹에 현물출자하고 출자의 대가로 조선통합법인의 신주를 받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산업은행이 보유 지분을 처분할 때에는 통상 국가계약법의 적용을 받는다. 국가계약법은 경쟁 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물출자 방식은 금전이 오가는 거래가 아니어서 해석의 여지가 있다. 기획재정부는 산업은행의 현물출자가 국고의 수입·지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국가계약법 적용의 예외를 인정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준비하면서 내부 인력으로만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 회장의 결정이었다. 투자은행(IB)과 로펌 등 외부인력을 동원하면 거래에 수반되는 각종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 보안을 위해 외부 인력을 일절 쓰지 않았다.

◇'상장기업 대상 주식교환' 염두에 두고 내부TF 7개월 준비

내부TF 주도로 딜을 준비한 또 다른 이유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상장 기업이라는 점이다. 구주매출 방식이 아닌 현물출자와 신주배정이라고 하더라도 거래 정보가 샐 경우 인수자의 부담이 배가될 수 있다.

만약 이번 딜에서 합의 전에 거래 정보가 유출됐다면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급등하고 현대중공업 주가는 급락해 인수자인 현대중공업의 자금 부담이 커졌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현물출자받아 신주를 배정하고, 대우조선해양 증자에 참여해야 하는 현대중공업 입장에서 산업은행의 제안을 수용하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현물출자 1주당 가액은 1월30일을 기준일로 1주당 3만4922원(총 2조861억)으로 정해졌다. 기준일 직전 1개월 평균종가(3만3288원)와 1주일 평균종가(3만5380원), 이사회결의일 직전 종가(3만6100원)의 산술평균(3만4922원)과 최소 기준가를 통해 만들어진 가격이다. 거래 성사 전에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급등할 경우 현물출자가액이 늘어나 현대중공업의 자금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조선통합법인(분할 현대중공업 존속법인)의 산업은행 대상 신주 발행가격도 이사회 결의일 전일인 지난 1월30일을 기준일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조선통합법인 대상 약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 가격도 지난 1월30일을 기준일로 1주당 3만5087원으로 정해졌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주가 추이에 따라서 현대중공업의 인수자금 부담이 달라지는 구조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한 주식교환 거래를 수 개월간 준비하면서 거래 정보가 새지 않았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평했다.

◇과거 매각 실패 사례 반면교사 '선제적 민영화 결단'

거래 구조도 그렇지만 조선업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선제적으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 점도 이 회장의 결단이 빛을 발한 지점이다. 적절한 타이밍이었다는 평가다.

조선업계에서는 LNG 운반선과 초대형 유조선(VLCC) 발주가 늘어나면서 조선업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매각 사례를 짚어보면 호황 초기에 매각을 시도할 경우 반발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 회장은 시간을 끌기보다는 선제적이고 즉각적인 매각을 결심했다. 조선업 경기를 예단하기도 어렵고 조선업 비전문가가 관리를 계속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봤다. 그렇기에 우선적으로 민간에 경영권을 이전하기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물론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산업은행은 현물출자 대가로 받는 조선통합법인 지분의 절반 이상을 최소 5년간 보유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에는 1조원의 크레딧라인도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거래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경영권을 민간에 우선적으로 넘기기로 한 점"이라면서 "이동걸이라는 인물이 선제 매각을 결심하고 더 이상 거대 조선사를 관리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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