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CB, 설문 참여하면 신용점수 상향 '논란'

114개 문항 응답만 하면 신용점수 최대 30점 올라
금감원 "논란 여지 있지만, 제제 근거 부족해 고민"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개인신용평가 및 조회회사(CB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올크레딧)가 설문 조사에 참여한 금융 소비자의 신용점수를 올려주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데 공감하지만 제재 근거가 부족하고 설문을 새로운 형태의 평가 방식으로 인정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CB는 현재 자사 앱과 홈페이지 등에서 '나의 신용도를 증명하고 점수를 올리세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20분 이내, 114개(1부 25문항, 2부 89문항)로 구성된 설문에 참여하면 신용 점수를 최대 30점까지 올려주고 있다. 또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는 신용 관련 교육을 듣기만해도 신용 점수를 높여준다. 강의는 15분, 15분, 15분, 20분씩 총 4개로 구성됐다.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 중인 직장인 강모씨(41)가 KCB 설문에 참여해 본 결과, 883점(2등급)이었던 그의 신용점수는 설문 참여 후 11분 만에 893점(2등급)으로 10점 상승했다. 백분위로는 상위 25%에서 23%로 신용 수준이 높아졌다.

KCB 등 신용조회회사는 금융회사 및 한국신용정보원 등에서 수집한 평가항목을 통계적으로 분석한다. 현재 KCB에서 평가한 신용점수를 바탕으로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곳은 은행부터 카드사, 저축은행까지 다양하다. 금융회사들은 신용평가모형(CSS등급)과 신용조회회사(CB사) 신용등급을 여신 승인심사, 기한연장, 한도 및 금리 책정 등에 활용한다.

최근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NHN페이코, 토스 등 비대면 채널 기반 금융 앱도 KCB와 제휴를 맺고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거래의 기본 정보로 신용 점수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문 참여만으로 손쉽게 신용 점수를 올리는 것을 두고 정당한 신용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설문에 참여했다고 추가 점수를 주지는 않는다.

KCB 사례를 뒤늦게 인지한 금감원은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설문 참여로 신용 점수를 올려주는 것이 정당한지)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마땅한 제재 근거가 없는데다 이를 통해 손해 보는 사람이 없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신용평가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CB사, 학계와 함께 개인신용평가 TF를 통해 불합리한 관행 개선 작업을 진행했지만 여기서도 관련 내용이 논의되지 않았다.

KCB 관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의 성향을 측정하기 위해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통계 모형을 만들고 이를 적용하고 있다"며 "무조건 점수를 올려주는 것이 아니고 결과에 따라 1점도 못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다 보니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j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