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도 '일과 삶' 균형…"장기 휴가로 재충전 합니다"

신한은행 '웰프로' 연간 10일 휴가 →13일로 늘려
KB 윤종규 '장기휴가' 강조…우리·농협 등도 독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전준우 정연주 정재민 기자 = # 신한은행에 다니는 A과장은 다음 달 11일 금요일 자율근무제로 일찍 퇴근한 뒤 오후 4시 KTX 부산행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은행 휴가 제도인 웰프로2를 활용해 14일 하루만 휴가를 내도 8월15일 광복절까지 나흘간 푹 쉴 수 있다. A과장의 휴가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10월 추석 황금연휴에 연이어 웰프로1을 적용해 10영업일을 쉬고 올 생각에 절로 신바람이 난다.

'별 보고 출근해 별 보고 퇴근한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장시간 노동이 관행이던 은행원들의 삶이 달라졌다. 시중은행은 앞다퉈 장기간 휴가를 권장하면서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직원들의 휴가제도인 '웰프로'를 활용해 13일(영업일 기준)이나 휴가를 쓸 수 있다. 신한은행은 2010년부터 모든 직원이 10일 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는 웰프로(Well-pro) 제도를 도입했다. 충분한 재충전으로 정신과 건강을 챙겨야 진짜 프로라는 의미를 담아 붙여진 이름이다.

올해부터는 '웰프로2.0' 도입으로 3일간 추가 휴가가 생겼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웰프로1에 따라 열흘 동안은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고, 올해부터 생긴 3일 휴가는 쪼개서 아무 때나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회사원들은 1년간 주어진 연차휴가 일수(15.1일)의 절반가량인 7.9일밖에 쉬지 못한다. 회사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업무가 너무 많아 휴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면 은행권은 비교적 일과 삶의 균형을 일컫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최근 조회사에서 "긴 휴가를 쓸 수 있는 것도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조직 운영의 지혜"라며 장기 휴가를 권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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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은 개인별 연차 휴가에 5일은 무급으로 지정해 직원들이 열흘간 휴가를 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농협은행 등 대다수 시중은행도 자기 계발이나 심신단련을 목적으로 5일간 의무 휴가를 주고 있다. 개인별 연차에 따라 10~15일은 거뜬히 쉴 수 있다.

'워라밸' 문화에 대한 은행원들의 만족도는 높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열흘 남짓 일터가 아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자녀들과도 훨씬 친밀해졌다"고 말했다.

가정 친화적인 문화 확산을 위한 시중은행의 시도도 엿보인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부터 자녀돌봄휴가를 새롭게 만들었다. 고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은 연간 2일 이내로 쓸 수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일과 출산·육아를 병행할 수 있게 한 제도"라며 "보육기관이나 학교의 공식 행사, 교사와의 상담에 참여하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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