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도 양극화…車·조선·해운 中企 살생부 늘어난다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 이달말 발표 "실적회복 덕 예년수준"
조선·해운·자동차 협력사 어려움 가중 "구조조정 대상 늘듯"
- 오상헌 기자
(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 = 올해 채권은행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감지된다. 대기업은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수출산업 회복과 가파른 수익성 회복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줄어들 전망이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와 자동차 산업 침체 영향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중소기업은 적잖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들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 중 세부평가대상 업체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최근 완료하고 워크아웃(C등급)·법정관리(D등급) 대상 기업들로부터 이의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최종 결과는 빠르면 이달 말 발표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들이 제기한 이의신청의 수용 여부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수가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전반적으로 대기업 실적 회복세가 뚜렷해 C·D 등급을 받는 기업 수는 예년보다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지난해 정기 평가에선 조선·건설·해운·철강·석유화학 등 5대 취약업종의 17개 기업을 포함해 32곳이 구조조정 대상업체로 선정됐다.
대기업 살생부 명단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수출 호조에 따른 '실적의 힘' 덕분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코스피시장 12월 결산법인(536개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은 8.5%로 뛰어올랐다. 매출(456조원)이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8.4% 늘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매출보다 훨씬 큰 폭인 25.3%, 35.8%씩 급증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사상 최대인 14조원의 영업이익 잠정치를 발표하는 등 2분기에도 대기업 실적 회복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반해 이달부터 본격화하는 중소기업 상시 신용위험평가에선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수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진해운 파산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등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수출 부진으로 중소 부품사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상승 추세다. 금감원이 지난 5일 발표한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에 보면, 올 들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속적인 오름세다. 5월 말 연체율은 0.85%로 전월 말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말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대기업 연체율이 지난해 말 0.77%에서 5월 말 0.64%로 꾸준히 낮아지는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금감원과 채권은행들은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 업체를 최종 확정한 후 다음달부터 중소기업 상시평가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신용공여액 50억원 이상 해운사 100곳을 전수 평가하는 등 고위험 업종에 대한 세부평가 대상기업 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채권은행들에 '온정적 평가' 관행을 버리고 엄정한 구조조정을 주문한 만큼 올해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 수는 적잖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시 평가에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176곳이 C·D등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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