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등 공과금 납부 시장 넘보는 카드사들
부동산·국세 등 카드 납부 매년 2배씩 늘어
은행, 결제 성격의 공과금 시장서 점점 손 떼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아파트 관리비 등 '현금납부 시장'을 확대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에 시중은행들이 담당하던 영역이다. 카드사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앞으로 은행은 단순 결제 업무를 점점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카드사들은 부동산 관련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신한·롯데카드는 전국 1만9000개 아파트 단지에 관리비 고지서를 발급하는 회사와 제휴해, 카드로 관리비를 내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민·우리·하나카드도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개인 간 계약이라 카드 결제가 어려웠던 임대료·월세 납부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런 부동산 관련 현금납부 시장은 매달 결제가 이뤄지고 액수도 커, 카드사는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가 카드사에 아파트 관리비 전자고지결제업무를 허용하는 등 부수업무로 허가한 후 대부분의 카드사가 뛰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국세의 카드 납부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카드의 국세 납부 한도를 없앤 이후 법인을 중심으로 카드 사용을 늘렸다. 관리비·세금 등은 그동안 현금으로 주로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래 현금납부 시장은 은행의 고유 분야였다. 매달 특정일마다 아파트 관리비·세금 등을 내기 위해 은행 창구에서 기다리는 주부·자영업자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고객 입장에선 어차피 낼 돈이라면 아무 혜택이 없는 은행보다, 전월 실적으로 인정받아 다음 달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로 내는 게 유리하다.
공과금을 내는 창구를 시중은행에서 카드사로 옮기는 추세도 급증했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카드로 공과금을 낸 금액은 46조2900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카드의 공과금 납부액은 36조4400억원으로, 이미 작년 연간 수치에 근접했다. 카드업계는 올해 말에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은행은 현금납부 시장을 카드사만큼 절박하게 보지 않는다. 은행 입장에서 공과금 납부액은 낮은 이자에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다. 공과금이 은행 창구를 통해 들어오면 3~7일 정도 요구불 금액으로 예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선 규모가 크지 않을뿐더러 다른 여러 방식으로 단기 운용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현금납부 시장을 대하는 은행과 카드사의 생각이 다르기에, 앞으로 카드사의 공과금 납부 규모는 급증할 것이란 예측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은행은 카드사의 역할인 결제 영역에서 점점 손을 뗄 것"이라며 "대출·운용·비이자 수익 등으로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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