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보장상품을 왜? 연금저축신탁 판매금지에 은행권 부글부글
당국, 수익률 부진을 이유로 은행에 원금보장형 연금저축 신탁 판매중지 조치
업계 "고객선택권 제한...덩치 큰 연금저축보험은 그대로 둔 규제차별"
- 이현아
(서울=뉴스1) 이현아 = 금융당국이 올해 원리금보장형 연금저축신탁의 신규 가입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은행권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1분기 중 원금이 보장되는 연금저축신탁 판매를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후생활을 책임지는 연금저축이 보수적인 운용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 '국민 재산 불리기'라는 애초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금저축은 크게 보험, 신탁, 펀드 세 종류가 있다. 지난 10년 평균 수익률을 보면 연금펀드는 8.9%인데 비해, 연금신탁과 보험은 각각 3.9%, 4.3%에 그쳤다.
이에대해 은행권에서는 불만을 토로했다. 연금상품인 만큼 수익률보다 원금보전하는 것이 중요할 뿐 아니라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지난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금신탁은 노후보장에 대한 성격이 강한 상품인 만큼 고수익·고위험 성향보다는 저수익·저위험을 선호하는 고객이 가입하는 상품"이라며 "원리금보장형 연금저축신탁의 신규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고객의 선택 폭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연금저축상품 중에서 원리금보장형이 인기가 많은 것은 연금펀드 등 투자상품의 수익률이 부진하기 때문"이라며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때 투자상품에 큰 손실을 봤던 소비자들이 원금보장 상품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기준 수익률은 연금신탁이 3.0%, 연금보험이 4.0%를 기록했지만, 연금펀드의 수익률은 -4.3%로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 원금보장 상품 중 규모가 큰 연금저축보험은 놔두고 은행의 연금저축신탁에 대해서만 규제를 한다는 것은 규제 차별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개인 연금저축 적립액 비중을 보면 연금저축보험이 81조원으로 가장 큰 비중으로 차지했으며, 연금저축신탁이 15조원, 연금저축펀드가 8조원을 차지했다.
하 회장은 "원리금보장형 연금저축신탁의 신규 가입을 제한하는 배경이 금융회사에서 원금을 보장하는 안정적인 상품 판매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 연금저축신탁이 아닌,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연금저축보험의 신규 가입부터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큰 쪽(연금저축보험)을 놔두고 은행의 원리금보장형 연금저축신탁에 대해서만 규제하는 것은 규제 차별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은행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판매를 제한한 것이 잊혀져가는 연금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작년 6월 기준 연금저축펀드 적립액이 전체 연금저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불과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금저축펀드의 성과가 좋지 않자, 만만한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판매를 중단해 연금저축펀드의 성적을 올리려는 것"이라며 "저금리·저성장 상황인 만큼 재테크 방향이 투자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금융당국이 은행 상품 판매를 제한하면서까지 억지로 방향을 돌릴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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