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레 호재” 달걀로 바위 치는 보루네오 경영권 분쟁

(서울=뉴스1) 강현창 양종곤 기자 = 보루네오가구가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물러나는 줄 알았던 소액주주가 날을 갈고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반란은 성사되기 힘들다. 이들이 확보한 지분율이 대주주를 위협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영권분쟁이 제기될 때마다 회사의 주가가 오르는 등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실시한 유상증자로 시세보다 값싸게 주식을 사모은 주주들로서는 차익을 실현할 기회도 된다.

보루네오가구는 인천지방법원이 박성진 씨 외 8명이 신청한 주주총회소집건을 허가했다고 지난 21일 장 마감 뒤 공시했다. 임시주총의 의장은 최근 경영권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했던 윤만성 씨다.

이들은 현재 이사로 등기된 사람 8명 전원을 해임하고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들을 선임하길 요구한 상황이다.

일주일 전 윤 씨는 지난달부터 진행 중이던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소송'을 돌연 취하했었다. 그러나 물러난 줄 알았던 윤 씨는 사실 다른 소송을 준비하던 상황이다. 경영진의 직무를 정지하는 대신 아예 경영진을 갈아버리겠다는 카드가 그것이다.

기세는 등등하지만 사실 위협적인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 보루네오가구 측에 따르면 윤 씨의 지분은 단 두 주에 불과하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에서는 추가로 주주를 더 모아오긴 했지만 대주주의 지분율을 위협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루네오가구의 대주주는 전용진 예림임업 회장이다.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보루네오의 제조공장을 455억원에 인수한 바 있으며, 지난 4월 기존 최대주주인 퍼니처앤라이프로부터 200만주(30억원)의 주식을 사들여 대주주가 됐다.

현재 전 회장의 지분율은 8.53%며 사실상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퍼니처앤라이프도 아직 5% 가까운 지분을 가지고 있다.

상법에 따르면 해당 회사의 지분을 3% 이상 보유하거나, 6개월간 1.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임시주주총회를 청구할 수 있다. 이번 소송에 참가한 8명의 주주가 제기한 소송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이 요건은 충족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들의 지분이 전 회장 측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소액주주의 지분을 모으기 위한 캠페인이나, 5%이상 주주로 신고했던 개인투자자도 전혀 없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윤 씨 측의 경영권 소송 제기 이유가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루네오가구는 경영권 분쟁이 제기되면서 실질적인 혜택을 입고 있다. 지난달 15일 1005원으로 동전주 진입 직전까지 주가가 떨어졌던 보루네오가구는 곧바로 공시된 윤 씨의 소송으로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기사회생했다. 이번 소송으로도 22일 코스피시장에서 약 6%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1570원으로 장을 마쳤다.

경영권분쟁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이 시기 진행되던 보루네오가구의 유상증자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일반주주배정방식으로 진행된 유증은 실권주 없이 102.9%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이번 유증을 통해 발행된 신주는 3자배정 방식이 아니므로 보호예수도 없다. 발행가액은 732원으로 현재 보루네오 주가의 절반 수준이다. 얻은 주식을 곧바로 시장에 내다 팔기만 해도 크게 남는 장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분쟁'이라고 표현됐지만 사실 양측 모두 윈윈하는 형국"이라며 "지난해 회생절차는 종료됐지만 최근 실적이 하락하고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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