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라도 상장사냐 비상장사냐 따라 다른 합병비율 산식

상장일때는 주가로만..비상장사일때는 자산가치 수익가치로 추정
주가 저평가냐 고평가냐 따라 합병비율 달라져...주주간 분쟁 빌미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 News1 손형주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같은 회사라도 상장사냐 비상장사냐, 처지에 따라서 합병비율이 고무줄처럼 달라져 삼성물산·제일모직 처럼 주주간 분쟁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상장사일때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반영해 결정되다가 상장한 이후에는 상장사는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계산되기 때문이다.

주가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함께 고려한 본질가치 근처에 있다고 판단되면 상관없지만 주가가 본질가치와 괴리돼 고평가되거나 저평가돼 있을 경우 합병비율에 가치가 지나치게 많이 반영되거나 적게 반영되는 문제가 있다.

삼성물산도 하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될때 합병비율이 정해져 주주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록 총대를 멘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 순수성은 의심받고 있지만 합병비율에 대한 주주의 불만은 분명히 있는 상황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도 비상장사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한다면 지금과는 정반대 상황이 된다. 자산 규모만으로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장사 기준으로 결정된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1대 삼성물산 0.35로 거꾸로 됐다.

9일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회사의 합병가액은 합병계약일(기산일) 직전 1개월간 종가평균, 1주일간 종가평균, 기산일 전일의 종가를 산술평균한 금액에서 10% 할증 또는 할인한 금액으로 계산한다. 이후 합병가액을 바탕으로 합병비율을 결정한다.

지난달 26일 합병을 공시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은 1주당 각각 15만9294원, 5만5767원이다. 이를 근거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로 나왔다.

그러나 제일모직이 비상장사였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옛 에버랜드인 제일모직은 구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양수받아 덩치를 키운 다음 지난해 12월18일 상장됐다. 그런데 비상장사의 경우 주가라는 공개가격이 없어 합병가액을 회사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 산술평균한 가액을 기준으로 결정하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올 3월말 현재 제일모직의 자산총계는 8조3894억원인데 비해 삼성물산은 이의 3배가 넘는 29조6175억원이다. 부채를 뺀 자본총계도 제일모직이 4조7119억원인데, 삼성물산은 역시 이의 3배인 13조9405억원이다.

자산가치만 볼 경우에는 두 회사의 합병비율이 되레 삼성물산 3, 제일모직 1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수익가치는 보다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네덜란드 연기금(APG) 등 해외투자자들이 먼저 총대를 메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저항하는 것은 이같은 주주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박유경 APG 아시아지배구조 담당이사도 "삼성물산이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다"며 "이 정도로 안 좋은 회사였다면 투자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태의 합병 비율에 대해 찬성하지 못 한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증권가는 엘리엇의 궁극적인 의도와 별개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는 기준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모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주가 재평가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주가가 적정가치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저평가나 고평가 상태라면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금융법제팀 연구위원도 "시장가격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합병비율에 따라 이익크기가 달리지기 때문에 주주들이 주가에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는 다음달 17일 열리며 주주총회를 위한 주주명부 확정은 11일 확정된다. 9일까지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해야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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