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이뤄지는 ATM 인출…'위치추적'으로 막는다

도난카드로 ATM서 인출시 ATM 위치와 고객 스마트폰 위치 비교
다를 경우 고객에 경고 알람…카드 위조도 사후피해 방지 가능

29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ATM 위치기반 사고예방서비스 설명회´가 열렸다 ⓒ News1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 29일 오후 5시 현재 서울 중구 충정로에 있던 A씨는 자신의 카드가 도난당했고 자동입출금기(ATM) 출금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상태다. 카드를 분실한 사실은 아직 인식하지 못했다. 그 시각 카드를 훔친 사람은 마포구 공덕동에 있었다.

범인이 공덕동에 있는 한 ATM에서 도난 카드를 투입하고 출금 비밀번호를 누르자, A씨의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SMS)가 도착했다. '고객님 카드로 ATM에서 사용중 입니다. 미사용시 연락 바랍니다.' ATM을 이용한 사실이 없는 A씨는 즉시 고객센터로 전화해 출금을 막았다.

29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ATM 위치기반 사고예방서비스 설명회'와 서비스 시연회가 열렸다. 대부분의 전업계 카드사의 이상거래방지시스템(FDS) 관계자도 각 사별로 2~3명씩 참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해당 서비스는 고객이 ATM에서 현금을 찾을 때, ATM의 위치와 고객 스마트폰의 현재 위치를 비교해 서로 다를 경우 고객에게 경고 알람을 보내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고객의 현재 위치는 서울시 서대문구로 파악되는데, 부산시 남포동의 ATM에서 해당 고객의 카드로 인출이 시도됐다. 이 경우 FDS에서 이를 인지하고 고객에게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로 해당 사실을 통보한다는 것이다.

농협 측은 이를 위해 전국에 설치된 ATM 10만4000여대의 위치를 파악하고, 위치 변동과 관련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또 고객의 현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이동통신사 사이에 회선을 설치하고 FDS를 연동시켰다.

이날 설명회에서 발표한 안준석 NH농협카드 카드리스크관리팀 차장은 "최근 이슈가 된 명동 ATM 카드 복제 사건의 경우 카드 복제 자체를 막을 순 없겠지만 해당 서비스를 통해 사후적 피해는 막을 수 있다"며 "복제된 카드를 사용하려 해도 실제 고객의 위치와 다르기에 인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카드 도난·분실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대포통장 근절에도 이용할 수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안 차장은 "해당 통장에서 인출 시도가 있을 경우 통장을 실제로 만든 명의자에게 전화해 '인출 시도 지점과 현재 위치가 다르다'고 확인할 수 있다"며 "이 때 본인이 인출하지 않았다고 하면 자동으로 경찰에 신고가 돼 현금 인출책을 검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서는 해당 서비스가 개선해야 할 부분도 지적됐다.

정용휘 서울지방경찰청 팀장은 "위치파악 체계가 작동하는 시점은 범인이 ATM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때부터"라며 "그게 아니라 카드를 인출기에 넣었을 때부터 체계가 작동한다면 사고를 1분 가량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수용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총괄팀 팀장은 "해당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사고시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해준다고 했지만 실제 법적으로는 고객의 중과실이 있으면 피해액의 0~30%만 은행이 책임지고 있다"며 "'최대 1000만원 보장'이라는 문구로 인한 불완전판매 논란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안 차장은 "현재 서비스가 시작 단계지만 앞으로 노력해서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 할 필요가 있다"며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약관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위치기반 사고예방서비스는 다음달 1일 출시 예정이다. 고객이 신청과 위치정보 수집동의를 거쳐 이뤄지며, 이용료는 월 3900원이다.

농협 측의 안준석 차장은 "농협카드의 고객 중에는 체크카드 소비자가 상당수라서 현금인출 관련 사기에 대한 대응이 필요해 이번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며 "오늘 각 카드사의 참석자들로부터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서비스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