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의 '스팩', 애니팡 재미본 후 인기 '후끈'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당국의 규제 완화와 대어급의 상장 성공 이후 2기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제2호스팩이 9월30일 마감한 공모주 청약 결과 1933억원 규모의 증거금이 몰리면서 총 64.46: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날 상장한 케이비제3호스팩의 경우 공모 당시 7909억2000만원의 공모금이 몰리며 98.865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스팩의 인기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스팩이 단 두 개 상장에 그쳤지만, 연초 이후 6곳이 상장에 성공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안에 3개의 스팩이 추가로 상장될 예정이며, 현재 5곳의 스팩이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스팩이란 비상장상태인 우량 기업을 발굴해 인수·합병(M&A)하는 목적으로 설립되는 페이퍼컴퍼니다. 증권사는 스팩을 만든 뒤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한다.

이를 바탕으로 증시에 상장한 뒤 3년 안에 비상장 기업을 발굴해 인수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단, 이 기간동안 기업의 인수에 실패하면 퇴출된다.

1기 스팩이 처음 도입된 때는 지난 2010년이다. 시작은 코스피였다. 1호 스팩은 코스피시장에 상장했던 '대우증권그린코리아 기업인수목적회사'다. 그러나 이 스팩은 기업의 발굴에 실패하고 2012년 10월에 청산됐다. 비슷한 시기에 코스피시장에 상장했던 '동양밸류오션 기업인수목적㈜'과 '우리기업인수목적㈜'도 모두 청산의 절차를 밟았다.

스팩이 가능성을 찾은 곳은 코스닥시장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코스닥시장에는 총 19개의 스팩이 상장됐다. 이 중 10개의 스팩이 기업발굴에 성공하며 목적을 다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합병 1호 스팩이 될 뻔한 '대신증권그로쓰알파스팩'은 터치스크린 패널업체인 '썬텔'과 합병한다고 공시까지 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뒤 결국 상폐됐다.

교보증권과 KTB투자증권이 함께 설립한 '교보KTB스팩'도 지난 2011년 '하유미팩'으로 유명한 화장품제조업체 '제닉'을 인수한다고 공시했지만 최종 계약에 실패했다. 이 일로 교보KTB스팩은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기도 했다. 이후 교보KTB스팩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코리아에프티'를 인수해 체면을 지켰고, 제닉은 스팩의 도움없이 코스닥에 입성했다.

하지만 1기 스팩 중 절반에 가까운 9곳이 청산과정을 밟으면서 스팩의 인기는 시들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단 한 개의 스팩도 상장하지 않았으며, 지난해에도 연말이 돼서야 단 두 곳의 스팩이 상장했을 뿐이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스팩이 대어급 상장의 유치를 이끌어내면서부터다. 하나대투증권의 '하나그린스팩'은 지난해 11월 모바일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게임업체 선데이토즈를 합병했다. 스팩을 타고 증시에 입성한 선데이토즈의 주가는 상장당시보다 5배가량 오른 2만원 선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12년 말 금융위원회가 스팩과 합병하는 비상장사의 기업 가치를 자율 산정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도 스팩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췄다. 기업 미래가치에 대한 가치평가가 지나치게 엄격해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무엇보다 합병대상기업을 발굴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1기 스팩 중 가장 최단기간에 성과를 낸 HMC1호스팩은 상장 이후 8개월이 걸려 화신정공과의 합병결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지난 4월28일 상장한 KB스팩2호는 한달만인 5월30일 케이사인과 합병을 결의했으며, 7월23일 상장한 미래에셋2호스팩도 8월25일 콜마비앤에이치과의 합병결의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스팩에 대한 투자가 일반 주식투자보다 안정적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스팩에 들어간 공모자금은 원금이 보장되며 합병이 무산되더라도 3년 치 이자수익까지 얹어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공모시장을 살리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스팩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스팩은 합병을 결정하기 전에 계약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급등락의 가능성이 높다"며 "공모가보다 너무 높은 가격대에서는 매수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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