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건쓴 김정태 회장 "오늘 뽑히면 나처럼 회장될지 누가 알아요"
[하나금융 'JT와 둘레길 산책]② "10월중 하나·외환은행 합병 승인 신청"
- 배성민 기자
(서울=뉴스1) 배성민 기자 = 스스로 영문 이니셜 JT를 ‘함께 즐기자(Joy Together)’라고 풀이하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늘 유쾌하다. 최근 몇 달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라는 지상과제와 씨름하는 그에게서 잠시 웃음이 사라졌었다. 트레이드마크같은 가끔씩 튀어나오는 육두문자도 오해받기 딱 좋았을 터.
하지만 18일 오전 그는 다시 유쾌해졌다. 자연스럽게 섞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직원들과 함께 해서였다. 하나생명, 하나SK카드, 하나저축은행, 하나대투증권 같은 다른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도 자연스럽게 길 위에서는 김 회장이 원하는 한 식구로 녹아들었다. ‘JT와 함께 하는 둘레길 산책’이라는 자리였다.
1시간여를 걸으면서 그는 끊임없이 주변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때로는 뒤쳐진 직원들에게 다가가기도 했고 직원들의 어깨를 떠밀기도 했다. 그는 “10월 중에 하나-외환은행 합병과 관련한 승인 신청을 낼 것”이라고 새로운 일정을 내놨다.
김 회장은 이날 직원들과 가진 북한산 둘레길 산행을 마치고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초 8월 중순에 합병과 관련한 이사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노조 반발 등을 고려해 이를 미뤘는데 벌써 40여일이 지났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와의 대화는 각 은행 차원에서 충분히 하겠지만 대화노력이 충분했다고 생각하면 신청을 해야 할 것”이라며 "하나-외환 양쪽 노조 모두라면 언제라도 만나겠다"라고 했다.
◇“임원인 저의 고객은 직원 여러분들입니다”
다시 돌아 출발한 곳으로 왔다. “저는 여행을 많이 하지만 밥 시간을 피합니다. 밥을 안 사도 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가끔은 삽니다. 물론 싼 걸로 말이죠.” 웃음이 터져나왔다. “오늘은 다릅니다. 다들 영업점으로 돌아가야 할테니 막걸리는 한잔씩만 들이키구요.”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으며 그는 아쉬운 듯 몇마디 보탰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했어요. 즐기세요’
질문은 잠깐 뒤 밥먹으면서 받겠다고 했다. 그는 연두색 두건을 꺼내 머리에 둘렀다. 사내 체육대회에서는 ‘각설이’ 복장도 마다하지 않는 그에게 얌전한 소품이었다. “진작부터 쓰고 싶었는데 하도 사진을 찍어대서 이제야. 어때 멋있죠?”
식사도 하는둥 마는 둥 직원들이 앉은 테이블을 돌았다. 테이블마다 대박 막걸리가 놓여있었다. 막걸리를 따르며 ‘하나로, 세계로, 미래로’를 외치자고 했다.
테이블 모든 이들과 ‘대박’을 기원하며 한순배를 돈 그는 행운권 추첨을 하자고 했다. 준비된 선물이 떨어졌다. ‘내 차에 갖다와. 기분이다. 지갑 속에 얼마 있는지 모르지만 현찰을 풀 거야.’ 5만원에서 시작한 당첨금은 조금씩 올라갔다. 산책에 참석한 직원 나이때 당시 김승유 전무가 자신의 행운권을 뽑아줬단다. 김승유 회장에 이어 회장이 된 그가 그때처럼 명함으로 직원들을 뽑았다.
“어휴, 너무 올라가면 안 뽑힌 이들 배아프잖아요. 그만 할께요. 이것만 기억해줘요. 오늘 뽑히면 나처럼 회장이 될 줄 또 알아요?”
직원들과의 산행은 버스에 오르기전 하이파이브로 마무리됐다. 직원들이 떠나고 산행이 마무리된 뒤 가진 약식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0월 중에 하나-외환은행 통합 관련 승인 신청을 금융당국에 하겠다”고 했다. 통합이 되면 글로벌 진출과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했다. "2016년에 계좌이동제가 되면 큰일이에요. 편리함 때문에 계좌를 통째로 옮기는데 통합은 타이밍이 중요해요"
그는 "이미 인도네시아에서 은행을 통합해 성공했고 은행 통합을 앞두고 있는 중국에서도 좋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법인간 통합이 너무나 잘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서는 추가적으로 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다. 금융시장의 본고장인 뉴욕에는 증권사를 내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하나대투증권 사장도 지냈다.
산행이 끝난뒤 직원들의 테이블에는 ‘대박’ 막걸리가 많이 남아 있었다. 이른 시각에 막걸리를 털어넣을 준비가 안 된 이도 있어보였다. 산행 중에 직원들의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김 회장은 듣기보다는 다소간 더 말하고 싶어했다. 조금은 일러보이는 평일 새벽의 산행길. 물론 김 회장의 손을 맞잡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들은 계속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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