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하루 800만원 수입..폐교를 글램핑장으로 바꾼 男
캠코 온비드서 공매로 15년 폐교 낙찰… 글램핑장, 임종체험장 설치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처음갔을때는 꼭 귀신나올 것 같았는데 다시보니 이런 명당이 없었습니다. 저는 반드시 저만의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공매를 통해 한 폐교를 인수하면서 꿈이 이뤄졌습니다."
폐교를 인수해 인기 글램핑장으로 바꾼 백랑기(53)씨 말이다. 그는 2010년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공자산입찰시스템 '온비드'를 통해 경북 김천의 한 폐교를 매입한 후 단장해 현재 글램핑장과 옛 상여를 전시한 전통상여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온비드 이용수기 공모'에 알려 대상을 수상했다.
백씨는 2009년 가족과 함께 간 제주도 여행에서 한 전통 민속박물관을 보고 자신도 이런 박물관을 운영하고 싶다는 계획을 품었다. 이를 위해 백씨는 그 해부터 캠코의 공매물건을 찾으며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다.
15년 전 폐교된 경북 김천시의 한 초등학교가 3차례 유찰된 것을 확인한 그는 입찰 전 해당 학교를 찾아갔다. 늦은 밤에 손전등 하나를 의지해 둘러 본 학교는 오랜 방치로 인해 각종 쓰레기와 잡초 등으로 가득했다.
"그때 같이 갔던 지인도 '에이, 여기는 아니야'라고 말했었지요. 교실의 깨진 창문 사이로 바람이 불어와 등골이 오싹했었고 꼭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실제로 과거 이 곳에서 귀신체험을 한다며 외부인들이 다녀가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무서워서 다 둘러보지도 않고 황급히 발길을 돌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낮에 다시 찾아간 백씨는 생각을 정반대로 바꿨다. 전날 밤과 달리 자세히 둘러보자 어둠과 갈대숲, 잡초, 돌무더기, 쓰레기 등에 가려 당시에는 보지 못했던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학교 바로 옆에는 계곡이 있었고 사방으로는 산등성이가 빙 둘러져 있었습니다. 거기다 해발 453m에 위치해 있으니 바람은 시원했고 구름은 높았었지요. 그때 이 곳이 천혜의 명당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릎을 쳤죠. '바로 이 곳이야. 여기에 내 꿈을 심겠어'라고."
꼭 인수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백씨는 다음 입찰에서 유찰된 가격보다 2800만원을 더 써넣었다. 당시 아무도 입찰하지 않아 그는 1인 입찰도 유효한 공고에 따라 해당 학교를 낙찰받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최저입찰가만 썼어도 낙찰받을 수 있었으니 높게 부른 가격이 아쉽더군요.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정인데, 제가 낙찰받자 '내가 살 걸' 하고 아쉬워했던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세상에는 따로 임자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등기를 마친 후 백씨는 방치된 폐교를 탈바꿈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15년간 방치된 잡초와 쓰레기 등을 치우고 건물을 새롭게 단장했다. 학교 주변에는 미끄럼틀 등 놀이기구를 경기도 안산에서 운반해 와 설치하기도 했다. 해당 놀이기구도 온비드에서 공매를 통해 낙찰받은 물건이다.
이 밖에도 그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용품 대부분이 낙찰받은 것들이다. 타고 다니는 승합차와 의자·테이블, 골프카, 식수대부터 시작해 철봉과 농구대, 전기밥솥, 식판까지 모두 온비드를 통해 얻게 됐다.
백씨는 3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 총 35동 숙소, 최대 200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생각하는 섬'이라는 상호의 글램핑장을 열었다.
그는 학교에 전통 민속상여박물관도 만들면서 박물관을 가지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도 했다. 그 곳에 관을 가져다 놓고 임종체험을 하기도 한다. 조상들의 전통 상여를 전시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긴장을 만들고 싶어서다.
"우리는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지요. 죽음을 알면 삶이 더 아름답게 보일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미래의 나를 재설계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지요. 이는 제가 과거 제주도의 박물관을 다녀와 나도 민속박물관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과 닿아있습니다. 그 꿈이 결국 이뤄진 것이죠."
현재 백씨가 운영하는 글램핑장은 입소문이 나며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오고 있다. 낮에 상여박물관을 관람하고 임종체험을 한 뒤 밤에는 글램핑을 하는 손님이 50명씩 단체로 온다. 평일에는 학생 견학 위주로 이뤄지고 주말과 공휴일 등은 일반 손님이 방문한다.
평일에는 정원의 3분의 1정도가 채워지고 주말과 공휴일, 연휴에는 대부분 꽉 찬다. 백씨는 "주말 같이 손님이 차면 하루 800만원 가량의 수입을 올리고 주중에는 100~2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백씨는 앞으로 글램핑장의 프로그램을 더 개발해 주변 농촌에서 이뤄지는 옥수수·딸기·장뇌삼 체험 등을 활성화시켜 연계할 계획이다. 또 근처에 있는 직지사와 교통수단인 코레일과 연계하는 일일관광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백씨는 "김천시는 원래 협동조합이나 관공서 등을 밀어주는데, 우리가 농촌 등 지역사회와 연계해 사업을 하는 것을 보고 개인업체임에도 책자를 발간해주거나 광고 등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온비드(www.onbid.co.kr)는 캠코의 온라인 입찰 시스템으로, 모든 공공기관의 자산처분 공고와 물건·입찰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공공자산 입찰시스템이다. 또 공공자산의 처분과 관련된 입찰·계약·등기 등의 절차를 온라인상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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