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기침에 한국경제는 '독감'..왜?

"외인 채권자금 유입규모 많아 유출 대비해야"

벤 버냉키 연준 의장 © 로이터=News1 김정한 기자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한마디했다. 내년쯤 양적완화를 줄이겠다는 얘기다. FOMC 정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던진 한마디다. 이 한마디에 한국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다. 증시가 폭락하고 채권금리는 급등했다. 환율도 요동을 쳤고 전세계 증시가 휘청였다.

미국에서 양적완화를 줄이는 게 어떤 의미길래 이정도 파급 효과가 생길까.

◇미국 출구전략이 한국에 미치는 경로

미국 연준은 매달 4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증권과 450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 채권을 사들이고 그만큼 돈을 시중에 풀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시중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출구전략은 양적완화 축소, 금리 인상, 자산 매각의 순서로 진행된다.

자산(국채)매입을 줄이면 시장에 풀리는 돈이 줄어든다. 엄밀히 말하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이후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2016년 쯤 자산을 되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시중에 풀린 돈을 다시 회수하게 된다.

미국 금리는 상대적으로 오르게 된다.

한국은 상대적인 고금리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를 유치해 왔다. 한국과 신흥국들이 대부분 비슷하다.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미국의 시중금리가 오르면 더 이상 신흥국 채권이 매력적이지 않다. 같은 금리면 더 좋은 신용등급의 미국 채권을 매입하는 게 더 유리하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급격한 외자 유출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갑작스러운 외자 유출은 자칫 국가부도 위기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이 1994년 2월부터 이듬해까지 약 1년간 기준금리를 3%에서 6%로 상향했을 당시 신흥국들은 급격한 자금 유출을 겪었다. 멕시코 등은 싼값에라도 국채를 처분하려는 투매 움직임이 몰리면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증시 흔들..외국인 영향력 절대적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로 한국 금융시장을 요동을 치고 있다. 주식, 채권, 외환시장 등 외국인의 수급에 영향을 많이 받는 시장들이 대체로 그렇다.

19일 오전 9시2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37포인트(1.56%) 떨어진 1858.94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133만원대까지 급락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달러화 강세가 신흥국 통화의 추가 약세를 촉발해 외인의 추가 자금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날 3년만기 국고채금리는 전날보다 13bp 오른 2.94%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44%에 비해 50bp(0.50%p)나 올랐다.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도 전달 2.73%에서 3.38%까지 올랐다.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이 떨어진다. 채권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들이나 보험사들은 손실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된다. 그만큼 조달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신흥국들이 채권발행을 크게 확대시켜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과 이머징 통화가치 하락은 하반기 이머징 채권시장은 물론 이머징 경제에도 새로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어 우리나라가 포함된 신흥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어 증시와 채권시장에 대한 부진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한국은 경상수지흑자를 지속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성장세가 부진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의 채권자금 유입규모가 비교적 많았다는 점에서 외국인 유출입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외채 이외에도, 해외현지법인의 외화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은 97조4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아직까지 채권시장에서의 외자유출은 뚜렷하지 않다. 외국인들은 6월1일부터 13일까지 8조5546억원의 원화채권을 매수하고 8105억원을 매도했다. 이는 대부분의 자금이 원화채권으로 재투자됐다는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미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건물 © 로이터=News1 권영미 기자

◇환율시장도 요동..급격한 자본 유출 우려

양적완화 조기 축소는 원화 약세 압력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원 급등한 1143원대로 치솟았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FOMC에서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강한 신호를 줄 경우 이머징 통화 약세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달러/원도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이 약세가 예상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 유출이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채 혹은 통안채 투자를 통해 한국 자본 시장에 투자한 경우가 많다. 이들이 급격히 빠져나가면 한국 채권금리 상승, 환율 상승(원화절하) 금리 상승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외자 유출을 우려한 브라질은 국내 기준금리를 올리고 투기성 단기자금에 매기던 토빈세를 폐지했다. 인도네시아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외자 유출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양적완화로 인한 외환시장의 불안을 계속해서 감시하고 능동적인 전략으로 환 불안에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17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또는 종료가 가시회될 경우 신흥시장국 및 유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외환보유액의 안정적 관리와 G20(주요 20개국) 등을 통한 정보공유 등 국제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원화 약세는 한국 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엔 도움이 된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가 외화보유고를 확대할 순 있다. 그러나 급격한 금융 시장 불안은 불확실성을 키워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k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