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만 하면 대박?" 스팩 10곳 중 7곳, 합병 후 주가 더 떨어져

금감원, 스팩시장 투자백서 발간
시장 규모 줄고 투기적 거래 확대…"개선방안 마련해 추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2018.4.17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비상장 기업 상장의 '지름길'로 통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투자 성적표가 공개됐다. 합병만 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합병 후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추락하는 사례가 70%에 달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2일 금융감독원이 발간한 '스팩시장 투자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스팩합병에 성공해 3개월 이상 지난 14종목 중 10종목(71.4%)은 합병 이후 주가가 평균 5.2% 하락했다.

합병 후 6개월이 지난 11종목 중 8종목(72.7%)은 평균 주가가 13.4% 하락했고, 9개월이 지난 7종목 중 6종목(85.7%)은 평균 주가가 26.6% 하락했다.

최근 5년간 평균통계에서도 평균주가 하락 폭은 9.2%에서 31.8%, 하락종목의 비중은 69.1%에서 87.5%로 각각 확대됐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과 합병해 상장시키는 것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 회사'로,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상장한 뒤 3년 내 합병 대상을 찾아야 한다. 3년 내 합병에 실패하게 되면 스팩의 자금은 공모가와 예치이자 형태로 반환되게 된다.

이 때문에 상장 시점의 스팩은 어떤 기업과 합병할지는 결정돼 있지 않아 공모가를 벗어나지 않는 주가흐름을 보이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상장 첫날 스팩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비정상적인 거래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오히려 합병으로 실질적 사업을 영위하게 된 후 주가가 하락하는 양상이 보인다.

지난해 상장을 완료한 스팩의 상장 당일 주가 변동을 보면, 20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장중 평균 4067원으로 공모가의 약 2배 수준까지 상승하고 다시 평균 2227원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감원은 스팩 상장 당일의 급격한 주가변동에 대해 "관련 제도와 금융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의 비이성적인 행태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또 합병 이후 주가하락 추세에 관해서는 "일반 기업공개와 비교할 때 비교적 느슨한 제도로 인해 합병가액이 고평가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일반 기업공개시에는 주관사인 증권사에게 기업실사 및 예측정보 등에 대해 게이트키퍼로서 책임을 부과하지만, 스팩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스팩 시장 규모 자체도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상장된 스팩은 25건, 2704억 원으로 전년(40건, 3988억 원) 대비 감소했다. 전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스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13.4%, 2024년 9.3%, 2025년 5.7% 등 줄고 있다.

금감원 향후 스팩이 건전한 제도로 유지되도록 장·단기별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스팩 상장 첫날 주가 널뛰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스팩 투자 시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안내를 강화하고, 스팩 공시서류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다.

또 합리적인 스팩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건의하고, 스팩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해서는 스팩과 일반 기업공개와의 규제 차익을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추진할 계획이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