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왔다 하면 '완판 행렬'…'○○ 통장'에 줄서는 사람들
스타벅스·네이버페이·마켓컬리까지…'컬래버 통장' 열풍
'특판 예금'은 옛말…'브랜드 통장'으로 신규 고객 잡는다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통장 재판매 언제 하나요?"
최근 은행권에서 출시되는 새로운 통장 상품에 이례적인 '완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에서나 볼 법한 현상이 금융권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 줄까지 서야 하는 통장은 바로 '컬래버 통장'이다. 은행이 스타벅스·당근마켓·마켓컬리 등 인기 브랜드와 협업해 만든 맞춤형 상품으로, 브랜드 혜택을 앞세운 것이 특징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지난 7월 스타벅스와 함께 선보인 'KB별별통장'(한도 20만 장)은 이미 모두 소진됐다. 기본 금리는 0.1%에 우대금리를 더해 최대 2.0%로, 이자 자체는 일반 통장과 큰 차이가 없다.
강점은 혜택이다. 스타벅스 앱에서 'KB별별통장' 계좌로 결제하면 아메리카노 쿠폰과 음료를 교환할 수 있는 '별' 적립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이라면 평소처럼 결제하면서도 추가 혜택으로 음료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실속형 상품'으로 통한다.
완판 이후 추가 판매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 KB국민은행이 삼성의 금융 플랫폼 '모니모'와 손잡고 출시한 '모니모KB매일이자통장'이 그 예다. 금융당국은 지난 1일 이 상품의 판매 한도를 80만 좌 더 늘려주기로 했다.
강점은 이자다. 이 통장은 일 잔액 200만원까지 최대 연 4.0%의 금리를 한다. 상품 이름처럼 하루만 넣어도 이자가 붙어 '단기 자금 굴리기'에 알맞다는 평가를 받는다.
'컬래버 통장'은 특정 은행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나은행은 네이버페이·당근마켓과, 우리은행은 CJ와, 농협은행은 마켓컬리와 각각 손잡고 협업 통장을 내놓는 등 대부분의 은행들이 유명 브랜드와 손을 잡고 있다.
금융권은 이런 흐름을 '임베디드 금융'이라고 부른다. 비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을 연계·중개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내재화(embed)하는 개념이다.
임베디드 금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은행 입장에서는 신규 고객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이를 달성할 유효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예금 특판으로 신규 고객을 모았지만 이제는 옛날 방식이 됐다"며 "특판은 돈은 돈대로 쓰고, 예금 기간이 끝나면 고객이 빠져나가는 구조라 지속성이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이 새로운 고객군을 스스로 만들어내기 어려우니, 외부 플랫폼의 고객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신규 수요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서비스가 가져올 소비자 이익에 주목하고 있다. 파킹통장을 통해 이용자는 안정적인 이자 수익과 간편한 결제 편의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용자가 플랫폼의 선불충전금을 은행에 직접 예치해 자금 안전성을 높이고, 이자 등 금융 이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구조인 만큼 소비자 편익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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