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상법 개정안'이 돌아왔다…개미 눈물 닦아 줄까
李 후보 시절 "더 세게, 2~3주 내 처리"…신속처리 전망
"3%룰 빼곤 당론 모여…전자주총 빼고 공포 시 시행"
-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더 강력한 상법 개정안을 들고나왔다. 지난 정부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 삭제됐던 내용까지 모두 부활했다. 시행 시기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제외하곤 '대통령 공포 시'로 앞당겼다.
일부 내용을 빼곤 이미 당론으로 정해진 데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더 센 법안을, 취임 2~3주 안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신속 처리가 예상된다. 코스피는 장중 2830선까지 오르며 호응했다. 상법 개정, 개미투자자들에겐 어떤 의미일까.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가 5일 내놓은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당론으로 추진됐던 이정문 의원 발의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정부 거부권 행사로 최종 폐기됐던 당시 안은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치며 상당수 내용이 삭제된 바 있다.
지난 국회 통과안에도 담겼던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이번 상법 개정안의 핵심 규범을 담았다. 현행법에서 이사는 '회사'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규정하지만 개정안은 '회사와 주주' 모두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사가 대주주로 대표되는 회사의 이익만 추구하지 말고,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법 개정 목소리는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증자 시도 등을 거치며 무르익었다. '쪼개기 상장' '불공정 합병 비율 논란'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 같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이슈에서 이사들이 지배주주로 대표되는 회사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주장이다. 법원 역시 이사의 업무 수행 범위에서 원칙적으로 주주들에 대한 배임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고수해 왔다.
재계에선 상법 개정으로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추가되면 소송이 남발하거나 경영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다만 해당 내용이 선언적 성격이 큰 데다 민주당 역시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침해하려는 것은 아니란 입장이기 때문에 관련 입법 논의도 추후 이뤄질 전망이다.
이사들의 독립성 강화도 핵심 내용이다. 법안에선 사외이사라는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사의 경우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집중투표제는 회사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주총에서 3명의 이사를 선임한다면 100주를 가진 주주는 300주의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주주는 300표를 여러 명에게 분산할 수도 있지만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도 있어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제도로 평가받는다.
현행법에도 집중투표제가 담겨있지만, 실제 운용되는 사례는 드물다. 회사가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제외할 수 있다는 특례 조항 때문이다. 민주당은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집중투표제를 정관으로 배제할 수 없도록 했다.
현행법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좀 더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감사위원 선출 과정에서 대주주로의 쏠림을 막겠단 취지다.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의 경우 '3%룰'을 적용해 일반 사외이사와 분리해서 선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분리 선출 대상을 현 1명에서 2~3명까지 늘리겠단 게 골자다.
이번 법안에선 '3%룰'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도 새롭게 담겼다. 현행법에선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대주주의 이해충돌을 줄이기 위해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상장사에서 계열사가 대주주에게 빌린 지분으로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는 꼼수로 제도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TF는 '대주주 개별 3%'에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 3%'로 의결권 제한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이 내용은 당론으로까진 모이지 않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전자주주총회 도입'은 이미 국회 문턱을 한번 넘은 사안이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인데, 개미투자자들이 가장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될 전망이다.
전자주총은 일부 상장사가 이미 시행 중인 전자투표와는 다르다. 전자투표는 현장 총회에 출석하지 않고 의결권만 전자로 행사하는 제도라면, 전자 주주총회는 주총 통지와 투표, 회의 진행 등 모든 주주총회 절차를 전자화하는 것이다.
전자주총이 활성화되면 동시에 여러 회사가 동시에 주총을 여는 '슈퍼주총데이' 때도 주주들이 제약 없이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된다. 그간 상장사 3곳 중 2곳이 '슈퍼 주총데이'에 몰릴 정도로 쏠림이 심해 특히 소액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다만 전자주총에서 소액주주들에게 실질적인 발언권 행사 기회가 주어질지는 미지수다. 전례 없던 일로 시스템 구축 한계 역시 지적돼, 민주당에선 이 건에 대해서만 1년 시행 유예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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