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의 굴욕' 상장날 공모가 밑돌아…장병규 의장은 '3조 부자'

'따상'은커녕 시초가 '하한가' 맞은 크래프톤…외인도 매도
장병규 의장, 국내 주식부자 11위 올라…투자자는 9% 손실

기업공개(IPO) 대어 크래프톤 공모청약 첫째날인 지난 2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상담을 받고 있다. 2021.8.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정은지 기자 = 공모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던 크래프톤이 결국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도는 '굴욕'을 맛봤다. 코로나19발(發) 급반등장에서 나타난 IPO 열풍을 타고 상장한 대어들 중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곳은 적지 않지만 공모가를 하회한 것은 크래프톤이 처음이다.

크래프톤의 '성장가능성'을 믿고 공모주를 청약했던 투자자들의 이날 하루 손실률은 8.8%를 넘었다. 대신 비싼 공모가 덕에 장병규 의장은 단숨에 3조원대 주식부자가 됐고 크래프톤 경영진도 '돈방석'에 앉았다.

◇시초가·종가 모두 공모가 밑돌아…최근 IPO 대어들 중 처음

10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크래프톤은 장중 내내 약세를 보이다가 막판 반등하며 45만4000원(액면가 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시초가 대비로는 1.23% 상승한 수준이지만 공모가(49만8000원) 대비로는 8.84% 밑돈 것이다.

애당초 시초가가 공모가를 하회했다. 크래프톤의 시초가는 44만8500원으로 공모가를 9.94% 밑돌았다.

상장 첫날 출발 가격인 시초가는 장 개장 전인 오전8시30분~9시에 공모가의 90~200%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해 매도매수 호가가 합치되는 가격으로 결정된다. 이 시초가를 기준으로 상하 30%의 가격제한폭이 적용된다.

크래프톤의 경우 공모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90% 수준으로 시초가가 형성됐기 때문에 사실상 '시초가 하한가'를 맞은 셈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IPO '대어'들 중 처음 있는 일이다. 공모주 열풍의 '선두주자'였던 SK바이오팜은 상장 직후 '따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를 2일 연속 치는 것)에 성공했고 카카오게임즈도 따상을 달성했다. BTS 소속사인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지만 시초가는 공모가의 2배를 형성(따)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들어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따상에 성공했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따'만 달성했다. 가장 최근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장일 '따'는 실패했지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시초가 대비 상한가를 기록해 금융대장주에 등극했다.

카카오뱅크는 크래프톤과 동일하게 증권가에서 '고평가됐다'는 지적과 함께 혹독한 평가를 받았으나 상장 직후 시장은 정 반대로 반응했다.

◇공모가 '비싸다' 지적, 끝내 발목…믿었던 외인, 1628억 순매도

크래프톤은 공모 단계에서부터 공모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크래프톤의 공모가 산정 비교그룹이 적절치 않다며 정정을 요구했고 이에 희망공모가 범위를 10% 정도 낮췄지만 증권가는 여전히 '과도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후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도 대어치고는 초라한 243.15대1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일반 공모청약에서는 균등배정 기준 7.8대1, 증거금 5조원 정도를 모집하면서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보는 시각은 다르다며 자신만만해 했지만 카카오뱅크와 같은 '상장 첫날 외국인 폭풍매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외국인은 크래프톤 주식을 37만8000주, 1628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개인은 1244억원, 기관은 1034억원을 순매수했다.

한 전문가는 "크래프톤은 액면가가 100원인 주식으로, 카카오뱅크와 같은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할 경우 주가가 2490만원에 달한다"면서 "지난 5월 단행한 5대1 액면분할 이전 가격으로 쳐도 1주당 249만원인 셈인데, 배틀그라운드나 테라 등 글로벌 히트게임의 저력을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고평가 논란은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주가는 부진한 흐름이지만 시가총액은 22조1997억원으로 엔씨소프트(17조8925억원)를 단숨에 제치고 게임대장주에 올랐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기준 19위(우선주 제외)로 신한지주, SK,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전력 등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장병규 의장, 3조원대 주식부자 등극…경영진도 돈방석

이날 공모가 하회로 투자자들은 9%에 달하는 손실을 입게 됐지만,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단숨에 3조원대 주식부자 반열에 오르게 됐다.

장 의장은 크래프톤 주식 약 702만주(14.3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날 종가 기준 장 의장의 주식평가액은 3조1906억원이다. 이는 국내 주식 부호 11위에 해당한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내 주식부호 1위(주식평가액 15조7844억원)에 올라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8조7504억원)은 3위, 방시혁 하이브 의장(4조506억원)은 7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4조263억원) 8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3조9393억원) 9위, 최태원 SK그룹 회장(3조5499억원)이 10위다.

장병규 의장은 방준혁 넷마블 의장(2조7984억원)을 제치고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강석 전 크래프톤 대표(4926억원), 김창한 대표(2490억원) 역시 수천억원대 돈방석에 앉게 됐다. 김창한 대표의 지분가치는 스톡옵션까지 합치면 5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는 여전히 크래프톤 주가가 비싸다는 시각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24조4000억원인데, 이는 올해 예상 EPS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27~30배로 넥슨(20배), 엔씨소프트(22배) 대비 30~40%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게임업 단일사업을 영위하는 상황에서 유지되기 어려운 밸류에이션 수준"이라고 말했다.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