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유상증자 반대했던 국민연금, 유증엔 참여 '모순' 논란
'주주권익' 침해한다며 아시아나 인수·유증 반대했는데…
- 강은성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대한항공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24일 신주 상장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이 회사의 유상증자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던 2대주주 국민연금이 유상증자에는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는 전일 열린 제10차 회의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나 인수 결정을 앞두고 대한항공 측의 실사가 미흡했고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대한항공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이 과정에서 수탁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1월 대한항공 임시주주총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사실상 아시아나 인수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유상증자에 반대한 이유는 조원태 회장 재선임 반대 이유와 동일하다.
그러나 해당 안건은 임시주총에서 69.98% 찬성률을 얻으며 가결됐고 3조원이 넘는 유상증자가 실시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유상증자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참여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지난 2일 공시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직전 보고일(2020년10월)부터 지난 2월16일까지 보유 주식수가 총 1164만주 증가해 2576만주로 늘었다. 이는 의결권 있는 주식 18만주를 장내 매수하고, 신주인수권이 표시된 1145만주가 추가된 결과다.
아시아나 인수 결정과 유상증자 단행 이후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통합 국적항공사로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릴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국민연금 입장에선 신주 인수를 포기할 이유가 없고 이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유상증자에 참여한 이후에도 또 다시 유상증자 반대와 같은 이유를 들어 조원태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하기로 의결한 것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증에 반대했던 국민연금이 입장을 뒤집어 증자에 참여한 것까지는 '주총결정사안이라 그렇다'고 우긴다면 이해한다고 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증자에 참여해 주가 상승으로 수익을 보고 있는 국민연금이 또 다시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경영진 선임을 반대하는 것은 '자기 부정'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시장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데, '경영참여'라는 명목으로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 없이 기업을 흔드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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