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논란' 운용사 저승사자 뜬다…"운용실패인지 사기인지 볼것"

20일 전문사모운용사 전담 검사단 출범...김정태 초대 단장
운용사 233곳 3년간 전수조사...판매사 등 4자, 사모펀드 1만개 전수점검 병행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전문사모운용사 233곳을 3년간 전수 조사하는 금융감독원 전담 검사단이 오는 20일 출범한다. 라임자산운용·옵티머스자산운용 등으로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검사단이 부실 자산운용사를 솎아내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근절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정태 한국거래소 파견실장이 검사단 초대 단장을 맡는다. 김 실장은 금감원에서 공시제도실 팀장을 거쳐 자산운용검사국 부국장, 자본시장감독국 부국장 등을 지내 사모펀드 시장 관련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단은 30여명으로 구성될 예정인데, 20여명은 금감원 인력, 10여명은 예금보험공사·예탁결제원·증권금융 등에 소속된 인력으로 충원된다. 이들은 검사에 나서기에 앞서 기본 교육과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

이들은 피감기관의 여름휴가 기간이 끝나는 8월 중순 부터 오는 2023년까지 3년 간 사모운용사 233곳을 현장 검사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금감원이 진행한 실태점검 결과, 이상 징후가 발견된 옵티머스 외 4곳에 대한 우선 검사가 예상된다.

금감원은 검사를 통해 위규사항이 발견될 경우 투자자피해 방지조치, 금융회사 제재, 검찰통보 등 사후처리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김정태 단장은 검사 방향에 관해 "정상적인 상황에서 일어난 운용의 실패인지, 투자 실패로 일어난 것인지, 사기인지 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며 "직원들과의 논의를 거쳐 검사 방향을 잡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로 투자자 피해를 낳고 있는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서는 "사기에 준해 운용 자체를 무력화시킨 행위를 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면서 "현재 이슈들과 관련해 일단 어떤 상황인지 파악을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부터 오는 9월까지 3개월 동안 판매사가 주도해 운용사·수탁사·사무관리회사 등 4자가 사모펀드 1만304개의 자료를 서로 주고받으며 점검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현장검사와 전수점검 등 투트랙으로 사모운용 시장을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4자는 펀드 재무제표상 자산 목록과 실제 보관자산의 일치 여부, 운용 중인 자산과 투자제안서‧규약의 일치 여부, 운용재산의 실재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 특이사항이 있는 경우 금감원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

금융권에선 이번 4자 점검에서 펀드 돌려막기, 자산목록과 실제 자산불일치 등의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점검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대규모 검사·점검에 금융권에서는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발 빠르게 부실 펀드를 찾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의 자정 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점이 있는가 하면, 근본적인 대책은 사모펀드 관련 규제 강화라는 지적이 맞선다.

지난 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조사를 하다보면 본인들이 살펴보기 때문에 (문제점이) 개선될 것"이라며 "일부 문제가 있던 것들은 도려내고, 나머지에 대해 안심이 되면 다시 국민들도 좋은 투자기회를 얻고, 운용사도 발전하고, 당국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 규모는 6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4월 말 기준 라임 펀드 1조4700억원, 젠투파트너스 펀드 1조800억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4000억원 등 모두 5조9900억원의 환매가 중단됐다.

여기에 옵티머스의 환매 중단 펀드 약 1500억원(지난 17일 기준)만 더해도 6조원을 넘어선다. 또 환매가 중단됐거나 환매 중단 가능성이 있는 사모펀드는 46개 자산운용사의 539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