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리티법 부결·美 금리 인상…코인시장 다음 변수는 '엔 캐리 청산'

클래리티법 부결 하루 만에 美 금리 인상…日도 추가 긴축 가능성
코인시장 뒤흔든 '엔 캐리 공포' 재점화…"대규모 자금 이탈은 제한적"

가상의 비트코인 동전 2021.2.24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미국 의회에서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안(클래리티법)이 부결된지 하루 만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일본은행(BOJ)의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부상했다. 규제 불확실성과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겹친 상황에서 지난해 말 시장을 흔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재연될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오후 3시 48분 코인마켓캡 기준 글로벌 비트코인(BTC) 가격은 전일 대비 0.76% 상승한 7만 6514달러다. 이더리움(ETH)과 엑스알피(XRP)도 각각 1.86%, 0.63% 올랐다. 주요 가상자산이 소폭 반등했지만, 클레러티 법 표결 전 수준은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 상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클래리티법을 본회의에서 논의하기 위한 절차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가결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클래리티법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가상자산 관할을 구분하고 거래소 등에 적용할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법안이다. 법안 처리가 무산되며 규제 불확실성 해소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표결 결과에 비트코인은 한때 7만 5000달러 선을 반납했고 엑스알피는 10% 급락하기도 했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클래리티법 부결은 공직자 윤리 조항과 정치권의 대립으로 이미 상당 부분 예상한 악재"라며 "법안 처리 지연 우려가 가격에 80~90%가량 사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법안 부결 다음 날에는 미국발 긴축 부담까지 더해졌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 2023년 이후 처음이다.

연준은 올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금리가 오르면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커지지만,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의 투자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

윤 연구원은 "현재 시장을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연준의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 재개"라며 "고금리 유지와 유동성 위축 위험은 가격에 50~60% 반영된 상태로 장기적인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18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시장은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본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비트코인 대신 채권을 선택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다. 코인데스크는 "채권 수익률이 높아질수록 비트코인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는 떨어진다"며 일본의 금리 인상이 비트코인 반등을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도 나온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비트코인이나 미국 주식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엔화 조달 비용이 증가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등 보유 자산을 대거 팔아 빌린 엔화를 갚을 수 있다.

엔 캐리 청산 우려는 지난해 하반기에도 부각되며 가상자산 약세장을 촉발했다. 실제 청산 충격이 발생한 지난 2024년 8월에는 비트코인이 며칠 만에 약 20% 급락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는 엔 캐리 자금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이 금리를 1.25%로 올려도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2.5%포인트 이상 유지돼 엔화를 빌려 투자하는 전략이 곧바로 중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윤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가격에 60~70%가량 반영됐다"며 "과거와 같은 대대적인 엔 캐리 자금의 연쇄 청산이 가상자산 시장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파생상품 시장의 고배율 레버리지 포지션이 상당 부분 정리됐다"며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기관 투자 자금이 가격 하단을 받치며 일시적인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일본은행의 발표 이후 엔화 움직임이 가상자산 시장의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엔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 엔 캐리 자금의 이탈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연구원은 "추가 하락 여부를 판단하려면 달러·엔 환율 달러당 140엔 선을 유지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시중에 실제로 풀리는 달러 규모를 보여주는 연준의 순 유동성 추이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