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트럼프는 왜 코인 기업을 백악관으로 불렀나

트럼프, 업계·당국 만나 가상자산 혁신 판 깔기…클래리티법 통과 촉구
韓, 위험 막으려다 미래 산업까지 막을라…기업·일자리 유출 우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달린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의 선거 유세에서 춤을 추고 있다. 2026.08.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지난주 미국 백악관에 낯익은 얼굴들이 모였다.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 크라켄, 리플 등 가상자산 업계를 대표하는 경영진들이다. 이들을 부른 사람은 '기업인 출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업계 인사들을 곁에 세우고 의회에 '가상자산 시장구조화법(클래리티법)' 통과를 촉구했다.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과 당국의 역할을 정해 기업이 움직일 수 있는 규칙을 만들자는 것이다.

법안은 현재 대통령과 공직자의 가상자산 사업을 제한하는 '윤리 조항'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상원에 멈춰 있다. 트럼프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을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 역시 별개로 엄격하게 따져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업계와 규제기관을 한자리에 불러 산업의 미래를 논의한다는 장면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날 자리에는 미국의 양대 금융 규제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수장도 참석했다. 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듣고 규제당국과 의회에 제도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장면을 한국으로 옮겨보자. 한국 대통령도 국가 전략 산업을 위해 기업인들을 만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을 찾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회동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기업인도 함께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의 협력을 끌어내고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판을 키우기 위해 대통령이 나선 것이다.

미국은 '가상자산'을 한국의 반도체와 같은 '전략 산업'으로 대하고 있다.

기업을 백악관으로 부르고, 의회에 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규제 당국에는 규칙을 마련하라고 주문한다. 위험이 있더라도 시장 밖으로 밀어내기보다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가상자산 기업이 마주하는 풍경은 정반대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 접근부터 막는다.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와 파생상품 허용 논의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반면 사업자가 지켜야 할 의무는 늘고 있다.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은 시행됐고 내년에는 과세도 이뤄진다. 하지만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는지 규정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없다.

투기와 자금세탁 위험이 있다고 해서 마냥 문을 걸어 잠그면 이용자는 해외로 눈을 돌린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없는 기업은 사업할 수 있는 나라를 찾아간다. 개발자와 금융 인재, 자본도 그 뒤를 따른다.

그렇게 해서 정부가 외치는 '청년 일자리'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 있을까. 반도체 기업이 해외로 떠난다면 정부는 비상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 가상자산 기업·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문제에는 유독 무심하다.

미국 대통령이 왜 코인 기업을 백악관으로 불렀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만들어낼 미래 성장 동력과 부가가치를 미국에 붙잡아두기 위해서다.

위험을 막겠다고 산업이 들어올 문까지 닫아서는 안 된다. 한국이 문을 걸어 잠그는 동안 미국은 기업이 뛰어놀 판을 깔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래의 기업과 인재, 일자리까지 함께 밀어낼 수 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