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에 예측시장 역대 최대 '72조' 몰렸다…韓은 규제 사각지대

폴리마켓·칼시 7월 거래량 전월比 7.8%↑…코인베이스·메타도 진출 채비
美 CFTC, 이벤트 계약 규정 마련 착수…韓, 법적 성격·감독 주체도 불분명

비트코인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예측시장이 월드컵 특수에 힘입어 역대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가상자산 거래 침체 속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으며 대형 기업들도 잇달아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예측시장의 법적 성격조차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더블록 데이터에 따르면 폴리마켓과 폴리마켓US, 칼시의 지난달 합산 거래량은 505억 9000만 달러(약 72조 원)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7.8%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칼시는 지난달 377억 달러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했다. 전월 대비 14% 증가한 규모다.

폴리마켓에서는 미국 이용자를 중심으로 거래 플랫폼이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글로벌 플랫폼인 폴리마켓의 거래량은 전월 대비 26% 감소한 79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폴리마켓US는 54% 증가한 50억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를 받는 폴리마켓US가 지난 5월 대기자 명단 등 이용 제한을 해제하고 미국 이용자에게 플랫폼을 전면 개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지역 제한을 우회해 글로벌 폴리마켓을 이용하던 미국 투자자들이 합법적으로 미국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거래량 급증의 배경에는 지난 6월부터 열린 북중미 월드컵이 자리하고 있다. 칼시에 개설된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결승전 관련 예측시장에는 약 19억 달러가 몰렸다. 폴리마켓의 월드컵 우승국 예측시장에서도 약 40억 달러가 거래됐다.

예측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법정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뉴욕과 미네소타, 워싱턴 등 여러 주의 규제당국은 칼시와 폴리마켓 등이 허가받지 않은 스포츠 도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용 차단과 영업 중단 조치에 나섰다.

칼시와 폴리마켓은 이에 맞서 예측시장 상품이 CFTC의 감독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감독 권한이 주 정부의 도박 규제 권한보다 우선한다는 논리다. CFTC도 소송에 참여하며 연방정부의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법적 불확실성에도 대형 기업들의 예측시장 진출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지난 2월 칼시의 인프라를 활용한 예측시장 서비스를 출시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도 지난해 말 CFTC에서 라이선스를 확보한 뒤 자체 예측시장인 '제미니 프레딕션스'를 선보였다. 바이낸스US도 최근 예측시장 플랫폼 출시를 위해 조만간 라이선스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메타도 지난 6월부터 예측시장 서비스 출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용자를 확보하면 시장 경쟁력 확보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이 예측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거래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코인마켓캡 기준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조 16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규제당국이 예측시장을 제도권에 편입하기 위한 논의도 시작했다. CFTC는 지난 6월 스포츠·정치 등 특정 사건을 기초로 한 이벤트 계약의 심사 기준을 담은 규정안을 제안했다.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 도 CFTC의 권한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측시장 감독 체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은 예측시장의 법적 성격과 감독 주체를 둘러싼 논의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은 불법 도박 등 사행성 행위를 규제하고 있지만 폴리마켓과 같은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을 직접 규율하는 별도의 법률은 없다. 국내 이용자도 스테이블코인 등을 이용하면 해외 예측시장에 참가할 수 있어 규제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예측시장을 직접 규율하는 체계가 없다"며 "규제 공백 때문에 해당 서비스의 이용이 불법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돈이나 가상자산을 걸고 결과를 예측한다는 점에서는 사행성도 있어 도박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예측시장에 대한 규율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