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 열기 식었다…5대 거래소 상반기 거래대금 '반토막'
비트코인, 지난해 하반기 고점 이후 하락·횡보
코스피·반도체주 강세에 투자자 관심 분산
- 황지현 기자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 올해 상반기 국내 5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대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비트코인이 고점을 형성한 뒤 조정 국면에 들어선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자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거래 참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와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강한 상승 흐름이 나타났다. 미국 시장에서도 인공지능과 우주산업 관련 종목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가상자산에 집중됐던 유동성이 주식시장과 기업공개(IPO) 시장 등으로 분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코인게코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의 거래대금은 총 3665억 846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거래대금인 8069억 5402만 달러와 비교하면 54.6% 감소한 수치다. 1년 만에 약 4403억 6942만 달러의 거래대금이 사라진 셈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 규모가 가장 큰 업비트와 빗썸의 거래대금이 동시에 감소한 것이 전체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다.
업비트의 올해 상반기 거래대금은 2342억 1548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5766억 1340만 달러보다 59.4% 줄었다. 감소액만 약 3423억 9792만 달러에 달한다.
업비트는 여전히 국내 거래소 가운데 가장 많은 거래대금을 기록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낮아졌다. 지난해 상반기 5대 거래소 전체 거래대금에서 업비트가 차지한 비중은 71.5%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63.9%로 7.6%포인트 하락했다.
빗썸의 올해 상반기 거래대금은 1047억 3595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2091억 6401만 달러와 비교하면 49.9% 감소했다.
거래대금은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업비트보다 감소 폭이 작았던 만큼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빗썸의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25.9%에서 올해 상반기 28.6%로 2.7%포인트 상승했다.
업비트와 빗썸의 거래대금을 합하면 올해 상반기 총 3389억 5143만 달러로, 5대 거래소 전체 거래대금의 92.5%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 두 거래소의 합산 점유율은 97.4%였다.
국내 거래소 거래대금 감소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비트코인 가격 흐름 변화가 꼽힌다. 지난해 10월 초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고점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투자자들의 추격 매수와 단기 차익 실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가격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르내릴수록 매매가 빈번해지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거래대금도 함께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이후 조정 국면에 접어든 뒤 올해 상반기에도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올해 1분기에는 약 22%, 2분기에는 약 14% 하락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가격이 고점 대비 하락세를 이어가자 상승장에서 적극적으로 거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도 점차 관망세로 돌아섰다. 하락 이후에도 강한 반등 추세가 형성되기보다는 일정 가격대에서 오르내리는 횡보 장세가 이어지면서 단기 매매를 통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비트코인이 하락 후 횡보하는 동안 알트코인 시장에서도 강한 순환매가 제한적으로 나타난 점이 거래대금 감소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통상 비트코인 상승 이후 자금이 중소형 가상자산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알트코인 장세가 나타나면 거래소 거래대금이 빠르게 증가한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시장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되지 못했다. 투자자들이 특정 가상자산을 장기간 보유하거나 거래 자체를 중단하면서 전체 시장의 회전율이 낮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 열기가 식는 사이 투자자들의 관심은 국내외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다. 올해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금융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시장을 주도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하락 이후 횡보세를 이어가는 비트코인보다 실적 개선 기대와 성장성이 뚜렷한 반도체주가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시장에서도 인공지능(AI)과 우주산업 등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대됐다. 특히 올해 상반기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도 해외 성장주로 일부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주 강세와 미국 성장주에 대한 관심 확대가 맞물리면서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었던 투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분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은 가격 변동성이 커질 때 거래대금이 빠르게 늘어나는 특성이 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비트코인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단기 매매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여기에 국내 증시와 스페이스X IPO 등으로 투자 자금이 분산되면서 거래소 거래대금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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