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와 대화 시작한 美 SEC"…오르카 CLO가 말한 규제 전환점[인터뷰]
크리스 몬테그노 오르카(Orca) 최고법률책임자(CLO) 인터뷰
시장구조 명확화 나선 美 규제당국…규제보단 제도 설계
- 황지현 기자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현재 미국 규제 당국의 목표는 가상자산 산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것입니다."
크리스 몬테그노 오르카(Orca)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가상자산 정책의 변화 방향을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최근 폴 앳킨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 체제 출범 이후 규제 당국과 수차례 직접 소통하며 가상자산을 기존 금융 규제 틀에 단순히 끼워 맞추기보다 시장 특성에 맞는 새로운 제도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몬테그노 CLO는 미국 SEC 법무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규제 전문가로 이후 대형 로펌에서 M&A와 기업공개(IPO) 업무를 담당하며 당국의 메커니즘을 깊이 이해해 온 인물이다. 최근 친(親) 가상자산 기조를 지닌 앳킨스 SEC 의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그는 당국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오며 규제 완화의 흐름을 가장 가까이서 체감하고 있다.
그는 현재 미국 가상자산 정책의 가장 큰 변화로 '시장 구조의 명확화'를 꼽았다. 몬테그노 CLO는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공동 토큰 분류 체계 구축,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논의, 의회에서 진행 중인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의 공통된 방향은 규제 대상을 보다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투자자 자산을 관리하거나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자와 단순히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술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구별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몬테그노 CLO는 규제 당국과의 소통 과정에서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그는 "의견을 듣겠다는 당국의 의지는 몇 년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높아졌고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나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업계 입장이 제안 문안에 반영되는 것도 확인했다"면서 "최근 미팅에서는 미국 SEC 관계자들이 규정상 실제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제품 시연(데모)을 통해 온체인 유동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결제되는지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몬테그노 CLO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앳킨스 SEC 의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앳킨스 의장은 금융 산업의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업계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며 "실무진이 프로젝트 관계자들과 만나 현장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이전보다 훨씬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규제 당국이 업계를 일방적으로 감독하는 관계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투자자 보호와 산업 성장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규제 완화와 개방의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가 몸담은 솔라나 생태계의 대표적인 유동성 인프라 오르카(Orca) 역시 선제적인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체계를 갖추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인프라와 규제 규칙은 결코 분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오르카는 솔라나 기반의 대표적인 탈중앙화거래소(DEX)로 이용자들이 블록체인 위에서 자산을 교환할 수 있는 유동성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오르카는 지난 2022년 가상자산 업계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웹사이트 접속 지갑 주소를 스크리닝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자금세탁방지(AML) 규제에 대응했다.
몬테그노 CLO는 "오르카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등 블루칩 자산을 중심으로 견고한 유동성을 구축해 왔다"며 "최근에는 기관 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온체인 금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가형 유동성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원 인증(KYC)을 거친 투자자만 특정 유동성 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자산 발행사는 투자자 자격을 관리하고 오르카는 해당 자산이 공공 블록체인 위에서도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유동성을 제공한다. 기관 투자자들이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온체인 금융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몬테그노 CLO는 규제 정비가 본격화될수록 전통 금융기관의 역할도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통 중개기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역할이 재배치될 것"이라며 "체결과 결제는 온체인 인프라가 담당하고 금융기관은 상품 유통과 자문, 컴플라이언스, 고객 관계 등 보다 높은 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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