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다음 단계는 토큰화"…출시 2년만에 4조 몰린 블랙록의 토큰화 MMF
[월가 뒤흔든 토큰혁명]⑥ 블랙록의 토큰화 MMF '비들', 시장 안착
"온체인에서도 '안전자산' 수요 존재…토큰화 펀드 시장 더 커질 것"
-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뉴욕=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월가가 앞다퉈 '주식 토큰화'에 뛰어들고 있지만, 월가를 대표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가장 먼저 토큰화한 자산은 의외로 주식이 아니었다.
블랙록은 지난 2024년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서 '머니마켓펀드(MMF)'를 토큰화했다.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은 미국 국채·현금성 자산 등에 투자하는 MMF를 토큰화한 상품으로, 출시 2년 만에 약 4조원의 운용자산(AUM)을 모으며 자산 토큰화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다.
이는 "토큰화가 금융의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의 구상이 현실화된 첫 사례로 평가된다. 블랙록 전체 자산 규모에 비하면 블랙록의 AUM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신생 펀드로서는 이례적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블랙록은 왜 머니마켓펀드부터 토큰화했을까.
케빈 탕(Kevin Tang) 전(前) 블랙록 디지털자산팀 디렉터(헬로트레이드 창업자)는 뉴욕에서 뉴스1과 만나 블랙록의 비들은 단순 '토큰화 실험'이 아니라 실제 시장의 수요를 해결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블랙록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의 주역이자, 디지털자산팀을 이끌며 비들 출시에도 관여한 인물이다. 현재는 전통 금융기관을 벗어나 보다 다양한 자산의 토큰화를 목표로 토큰화 스타트업인 '헬로트레이드(Hello Trade)'를 창업했다.
최근 들어 자산 토큰화가 월스트리트의 새 먹거리로 더욱 부상하고 있지만, 블랙록은 2022년부터 이 시장을 주목했다. 탕 창업자는 "블랙록은 시장 초기부터 온체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은 더 많은 투자자가 금융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라며 "특히 자본시장에서는 중간 수수료를 비롯한 각종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로 블랙록은 2년 간의 리서치를 거쳐, 지난 2024년 토큰화 스타트업 시큐리타이즈와 협력해 비들을 출시했다. 시큐리타이즈에는 직접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블랙록이 파트너로 시큐리타이즈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탕 창업자는 "수개월에 걸쳐 여러 토큰화 플랫폼에 대한 실사와 평가 과정을 진행한 결과, 시큐리타이즈의 기술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 그리고 컴플라이언스(법률 준수) 체계가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블랙록은 모든 사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기 때문에, 향후 다른 토큰화 상품을 출시할 것을 대비해 그에 알맞은 파트너인지 여부를 중요하게 봤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탄생한 블랙록의 비들은 출시 2년을 맞은 현재 26억 2200만 달러(약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 모으며 순항하고 있다.
비들의 운용자산규모(AUM)는 아직 블랙록 전체 자산 규모의 0.0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신생 펀드가 출시 2년 만에 약 4조원 규모 자금을 끌어모은 것은 시장 안착 속도가 빠른 편에 속한다. MMF가 기관 자금 중심 상품인데다, 블랙록의 토큰화라는 '브랜딩'과 맞물려 초기부터 자금이 유입된 결과다.
탕 창업자는 비들을 비롯한 토큰화 상품들에 대한 수요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이유로 블랙록 같은 '빅 플레이어'들도 토큰화를 단기 흥행 상품이 아닌, 장기 금융 인프라 실험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는 토큰화 논의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국 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탕 창업자는 언급했다.
그는 "과거에는 사람들이 채권형 ETF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 했는데, 지난 5~6면 동안 채권형 ETF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상품군 중 하나가 됐다"며 "초기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결국 상당한 수익성과 규모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토큰화 자산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지금은 개념검증 단계에 가깝다. 투자자들이 온체인에서 자산을 보유하는 데 점점 익숙해지고, 글로벌 자본시장이 블록체인 위에 안착할수록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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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블록체인 기술의 상징인 '비트코인'은 한때 투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 뉴욕에서는 전혀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프랭클린템플턴은 국채와 펀드를 블록체인 위로 옮기고 있다. 로빈후드는 주식을 토큰화해 24시간 거래하는 시장을 열었다.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이 경쟁을 넘어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함께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물증권이 전자증권으로 바뀌었듯, 금융은 다시 한 번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은 뉴욕 현지 취재를 통해 월가가 주목하는 '토큰화 혁명'의 현장을 살펴보고, 한국 금융 시장에 던지는 의미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