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반토막 났는데 1000만원 송금규제까지…"투자자 해외로 뺏긴다"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 STR 대상
"거래 지연·KYC 강화로 국내 거래소 기피 가능성↑"
- 황지현 기자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 국내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량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 보고 의무 확대에 따라 이용자 불편과 거래 제한 가능성이 커질 경우 국내 거래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 3월 입법예고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 거래를 의심거래(STR)로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최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가 27개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의견을 모아 법제처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다시 논의의 중심에 섰다. 업계 전반의 우려가 집약된 의견서가 제출되면서 제도 실효성과 시장 영향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을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이전할 경우 거래 목적이나 범죄 혐의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의심거래로 보고하도록 한 데 있다. 기존 의심거래보고는 자금세탁이나 불법 자금으로 의심되는 합당한 근거가 있을 때 제출하는 제도지만 이번 개정안은 별도의 판단 없이 금액 기준만으로 보고를 의무화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기존 금융권 규제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 시장의 경우 단순히 거래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의심거래로 보지 않는다. 시세조종 등 이상 행태가 포착될 때에 한해 분석과 보고가 이뤄지는 '행태 중심' 규제를 따르고 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위험도와 관계없이 금액 기준만으로 보고를 의무화하면서 국제 자금세탁방지 기준인 '위험 기반 접근법(RBA)' 원칙과도 괴리가 있다는 평가다. RBA는 거래 금액이 아닌 자금세탁 위험 수준에 따라 관리 강도를 달리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규제 논의는 이미 위축된 시장 상황과 맞물리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비트의 올해 4월 거래대금은 약 343억 달러(약 50조원)로, 지난해 4월(약 819억 달러·120조원) 대비 약 58% 감소하며 주요 거래소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빗썸 또한 약 155억 달러(약 23조원)로, 지난해 4월(약 257억 달러·37조원) 대비 약 40% 줄었다.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올해 4월 총 거래대금은 약 550억 달러(약 80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월(약 1104억 달러·160조원) 대비 약 50% 감소한 수준이다.
거래량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의심거래보고 범위 확대가 이용자 절차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의심거래로 보고가 이뤄질 경우 거래소나 당국의 요청에 따라 거래 목적이나 자금 출처 등을 소명해야 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심거래보고가 접수되면 가상자산 거래가 일시 중단되거나 입출금 제한 조치 등이 이뤄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일부 투자자들이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해외 거래소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의심거래보고는 본래 자금세탁 의심 정황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제도인데 이번 개정안처럼 금액 기준으로 일괄 적용하는 방식은 이례적"이라며 "추가 고객확인(KYC) 과정에서 거래 지연이나 입출금 제한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가상자산 거래는 실시간으로 이뤄지는데, 일정 금액 이상 거래에 대해 사후 소명이나 추가 확인 절차가 반복되면 투자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며 "이 같은 환경이 지속되면 굳이 국내 거래소를 이용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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