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와 순방길 오른 두나무…가상자산 '인프라 수출' 신호탄
가상자산 업계에서 경제 사절단 유일하게 포함돼…산업 위상 변화
두나무, 거래소 운영 기술·보안 패키지로 '금융 인프라 수출' 본격화
- 황지현 기자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 두나무가 대통령 순방 경제사절단에 포함되면서 가상자산 산업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총수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그간 규제 대상으로만 치부된 가상자산 업계의 산업 위상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2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의 김형년 부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현지 일정을 소화한다. 이번 경제사절단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 가상자산 기업은 두나무가 유일하다.
앞서 2019년에 두나무 이석우 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개국 순방에 동행한 적은 있지만 당시 경제사절단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벤처캐피탈·액셀러레이터 등으로 꾸려졌다는 점에서 이번 방한의 의미는 더하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하는 순방 일정에 두나무가 포함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형년 부회장은 오는 23일 열리는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뒤 베트남 군인상업은행(MB은행) 측과 만나 가상자산 거래소 구축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단순 협력 논의를 넘어 거래소 시스템과 운영 노하우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거래소 인프라 수출' 형태로 보고 있다. 실제로 두나무의 베트남 진출 전략은 직접 거래소를 운영하는 방식이 아닌 '인프라 수출'에 가깝다. 현지 금융기관이 거래소 운영을 맡고 두나무는 거래 시스템과 보안, 운영 노하우 등을 제공하는 구조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7월 베트남을 찾아 팜 민 찐 총리를 접견하고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해 8월에는 베트남 가상자산 시장 육성을 위해 베트남 밀리터리뱅크(MB은행)와 기술 제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베트남 밀리터리뱅크와 MOU를 맺고 베트남 디지털 금융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밀리터리뱅크는 1994년 설립된 베트남 국방부 소속 금융기관이다. 3000만명 가까운 고객을 보유한 밀리터리뱅크는 베트남 4대 은행으로 꼽힌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이 직접 서울 업비트 라운지를 방문해 거래 시스템을 시찰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보는 과거 해외 진출이 막혔던 상황과도 대비된다. 두나무는 동남아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국내 금융 규제로 인해 해외 송금이 제한되면서 직접 진출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번 순방 동행은 산업적 의미도 적지 않다. 그동안 가상자산은 규제 대상에 가까웠지만, 대통령 순방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를 신산업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이 가상자산 제도화 초기 단계에 있는 점도 맞물린다.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제도는 미비한 상황에서, 한국 거래소의 운영 경험과 기술력이 초기 시장 구축 과정에서 활용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규제 공백 속에 시장이 성장해온 베트남은 최근 들어 시범사업과 제도 정비 논의가 본격화되며 제도화 초기 단계 시장으로 평가된다.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은 글로벌 가상자산 채택 순위 상위권 국가로, 투자 인구가 약 2000만명에 달하고 연간 거래 규모도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일부 글로벌 거래소들은 베트남어 서비스를 지원하며 현지 이용자 확보 경쟁에 나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순방 동행을 계기로 가상자산 산업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개별 기업 중심의 해외 진출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수출 모델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업계가 대통령 순방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것은 이례적인 만큼, 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확대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순방을 계기로 가상자산이 외교·경제 협력 의제 안에서 논의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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