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상장만큼 많은 코인 상장폐지…당국 지분 규제 추진 명분 되나
3년간 신규 상장 1100여건인데…거래 종목 수는 330여개 증가
조기 상폐 반복에 부실 심사 논란…"거래소 권한 너무 커" 비판 제기
-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신규 상장만큼 상장 폐지 건수도 많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거래소 상장 심사권이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소유 분산 규제의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일종의 공공 인프라로 보고, 대주주 지분 제한을 통해 독단적 운영을 방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래소가 신규 상장, 유통, 상장 폐지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쥐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거래소들이 상장시킨 코인들이 3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상장폐지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당국의 문제의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일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가상자산 거래소 신규 상장 건수는 250건(중복 포함)으로, 상반기(232건) 대비 8% 증가했다.
상장 폐지 건수는 증가 폭이 더 컸다. 지난해 하반기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폐지 건수는 66건으로, 상반기(58건) 대비 14% 증가했다. 유의종목 지정 건수도 95건(중복 포함)으로, 25년 상반기 대비 32% 증가했다.
또 거래소들이 지난 3년간 1100여 건(중복 포함)에 달하는 신규 상장을 진행했음에도 불구,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종목 수는 330여 개(중목 포함)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규 상장 못지않게 상장 폐지를 많이 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신규 상장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상장 폐지를 당하는 사례도 지속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DAXA, 닥사) 소속 거래소들이 공동으로 상장폐지한 유엑스링크(UXLINK)는 2024년 9월 업비트와 빗썸에, 지난해 1월 코인원에 신규 상장됐다. 업비트와 빗썸에선 1년 2개월 만에, 코인원에선 불과 10개월 만에 상장폐지된 것이다.
닥사 공동 상장폐지가 아닌 개별 거래소 단독으로 상장·상폐가 이뤄진 경우, 조기 상장폐지 사례가 더 많아진다. 최근 빗썸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된 고트세우스막시무스(GOAT)도 지난해 1월 빗썸에 신규 상장된 지 불과 1년 2개월 만에 거래 지원이 종료됐다.
이에 신규 상장만큼 상장폐지가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심사 권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 상장 심사 단계에서부터 엄정한 선별이 이뤄져야 함에도, 심사 과정에 충분한 검증 노력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당국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법적 상장 요건이 있는 주식 시장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소들의 재량으로 모든 상장 절차를 진행하기 때문에 '부실 심사'가 많다는 게 당국 측 입장이다.
이는 당국이 거래소에 소유 분산 규제를 도입하려는 근거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금융당국과 일부 여당 의원들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로 제한하는 규제를 추진 중인데, 그 근거 중 하나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상장과 상장폐지를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표적인 권한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만 봐도 신규 상장 건수가 많은 것에 비해 거래되는 종목 수는 그렇게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상장폐지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며 "당국이 대주주 지분 제한을 추진하면서 문제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거래소들의 상장 권한"이라고 말했다.
이에 거래소들이 대주주 지분 규제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려면 상장 등 거래소 역할 측면에서 자율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상장 권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반복된다면 심사 기준과 절차의 투명성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주주 지분 제한 등 추가 규제 도입 명분만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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