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코빗 인수 당국 문턱 넘었다…9년 만에 '금가분리' 완화 신호탄

미래에셋·코빗 인수 공시 한 달 만에…FIU, 임원 변경 신고 수리
단순 인수합병 이상의 의미…9년째 막힌 금융사 가상자산 산업 진출 기대

코빗 로고.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미래에셋그룹의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이사회 합류를 허용하며 '금가 분리(금융·가상자산 분리)' 규제에 처음으로 변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금가분리' 빗장이 풀린 이번 수리를 계기로 비금융 계열사를 통한 인수 절차가 본격화되며 약 9년간 막힌 금융사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에 물꼬가 트였다는 분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FIU는 최근 미래에셋그룹 비금융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이 코빗 이사회에 합류하는 방식의 이사회 구성 변경 신고를 수리했다.

앞서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코빗의 지분 약 92%를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수리로 미래에셋그룹이 코빗 이사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코빗 인수를 위한 첫 공식 절차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다만 인수 완료를 위해선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 추가 절차가 남았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인수합병(M&A) 절차를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7년 긴급대책을 통해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의 결합을 제한하는, 이른바 '금가 분리'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에 따라 간접적인 지분투자 외에는 금융사의 가상자산 진출이 사실상 막혔다.

그러나 이번 수리를 계기로 약 9년간 이어진 금가 분리 원칙에 변화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그룹이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인수 주체로 내세운 점을 감안해도, 당국이 이를 비교적 빠르게 수리했다는 점에서 규제 해석의 유연성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이 코빗 인수를 발표한 지 약 한 달 만에 수리가 이뤄진 것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며 "해외에서 금융과 가상자산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만큼, 한국도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시장에선 금융과 가상자산의 결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주식 투자 플랫폼 로빈후드는 가상자산과 주식 거래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 나스닥에서 주식을 쪼개서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주식 토큰' 거래를 허용했다.

은행권 역시 블록체인 기반 결제·정산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실물연계자산(RWA) 데이터 플랫폼 RWA.i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예금토큰이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함께 온체인 금융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금가 분리 원칙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금융 계열사를 통한 우회 구조이긴 하지만, 당국이 이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전했다.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미래에셋그룹의 전통 금융 인프라와 코빗의 블록체인 기술 및 가상자산 유통망 간 시너지도 기대된다.

우선 토큰 증권(ST) 시장에서 강점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이 보유한 자본시장 인프라와 이용자 기반에 코빗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면,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을 토큰화해 유통하는 구조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과 결제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평가다. 향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가 마련되면, 미래에셋의 금융 네트워크와 코빗의 거래·지갑 인프라를 연계해 결제·정산 서비스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 자산운용, 결제까지 아우르는 통합 금융 플랫폼 구축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