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 꺾인 메타도 스테이블코인 재도전…해외는 금융 넘어 '기술경쟁'

[혁신 막힌 스테이블코인]② 스테이블코인으로 '슈퍼앱' 노린다
세계는 플랫폼 주도, 한국은 '은행 중심' 논의…출발부터 족쇄 채우나

편집자주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경쟁이 한창이다. 미국은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고, 보수적이라 평가받던 일본조차 핀테크 스타트업에 발행 문호를 개방했다. 그러나 'K-스테이블코인'의 현실은 다르다. 당국 입김에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 컨소시엄'으로 묶어두려는 규제 틀에 갇혀 시작 전부터 혁신의 싹이 잘릴 위기에 처했다. 이에 <뉴스1>은 세 차례에 걸쳐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국내 규제 방향성을 살펴보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마크 주커버그 메타 CEO가 지난 2024년 2월 27일 (현지시간) 도쿄를 방문해 총리 관저로 들어가며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2024. 2. 28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전세계를 사로잡은 'SNS 왕국' 메타(구 페이스북)가 다시 스테이블코인 판을 넘보고 있다. 지난 2019년 '리브라 프로젝트'가 미국 정치권의 반발로 좌초된 지 7년 만의 재도전이다. 차이는 명확하다. 당시는 '빅테크'가 돈까지 만든다는 공포가 정치권을 자극했지만 지금은 제도화로 문이 열렸다.

문제는 한국만 거꾸로 간다는 점이다. 세계 시장은 플랫폼·기술기업이 결제 인프라 주도권을 두고 맞붙는데, 한국은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혁신의 엔진을 스스로 꺼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브라' 이후 7년만…스테이블코인으로 '슈퍼앱' 판 노린다

26일 코인데스크 등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올해 하반기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자사 서비스에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협업 기업을 물색하고 있으며, 유력 파트너로 결제 기업 스트라이프가 거론된다. 스트라이프는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기업 '브리지'를 인수했고, 메타와도 오래 협업한 파트너다.

메타가 스테이블코인을 확보하는 순간 기존 결제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전 세계 30억 명을 웃도는 이용자 기반을 활용하면 결제 인프라는 더 이상 전통 금융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플랫폼 내 결제와 국경 간 송금에서 메타는 단숨에 유력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다.

메타는 지난 2019년 '리브라 프로젝트'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시도했지만, 미국 정부의 반발로 멈춰 섰다. 달러가 아닌 복수 통화를 기반으로 한 '통화 바스켓' 구조는 달러 패권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불렀고, 국가기관이 아닌 빅테크가 '화폐에 준하는 것'을 만든다는 점도 신뢰 문제를 야기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해 7월 미국 스테이블코인 법안 '지니어스법'이 통과하며 발행사 라이선스, 준비금, 공시 등 '규칙'이 생겼다. 발행 주체에 대한 제한이 있더라도, 최소한 제도권 안에서 사업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메타가 스테이블코인 결제 도입을 꺼내든 배경도 여기에 있다.

메타가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도입하면 대형 빅테크 기업들과 '슈퍼앱'을 경쟁하게 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옛 트위터)는 최근 가상자산·주식 실시간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내놓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금융을 결합한 슈퍼앱 구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텔레그램은 자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톤(TON)을 기반으로 메신저 내 송금 서비스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 토큰화 프로젝트 백드파이낸스와 손잡고 주식 토큰 거래까지 지원했다. 쉽게 말해 텔레그램에서 애플, 테슬라 등 주식을 단돈 1달러에 거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산업만이 아닌 기술·플랫폼 단위의 경쟁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빠르고 싸고 편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커머스·투자·콘텐츠 등과 결합해 이용자를 사로잡는 플랫폼이 시장을 선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계는 플랫폼 주도, 한국은 '은행 중심' 논의…출발부터 족쇄 채우나

그러나 한국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이 기존 통화질서 관리를 위해 은행 주도가 돼야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원화도 국제 경쟁력이 없는 '갇힌 통화'인데 스테이블코인마저 '가두리'부터 치겠다는 전형적인 공급자 마인드다. 한국은행의 등쌀에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에서 은행의 지분을 '50%+1주'로 하는 방안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와 업계는 이 같은 방향이 혁신을 제약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인 정책위원회는 금융위 안을 포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은행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해외 기업들과 경쟁력에서 반드시 밀릴 것"이라며 "이러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이길 수 없어 혁신 기업을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하면 주도권은 기술·플랫폼 기업이 아닌 금융권으로 쏠릴 공산이 크다. 해외는 플랫폼이 주도해 커머스·송금·투자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은행 중심 구조는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만큼 서비스 실험과 확장 속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독점 구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정 금융권 컨소시엄이 사실상 표준을 장악하면 후발 혁신 기업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안전을 이유로 만든 구조가 오히려 경쟁과 시장 역동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중심 모델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