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빗썸 지배구조' 겨냥…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 '분수령'

정무위, '빗썸 사태' 긴급 현안 질의…이정훈 창업주 출석 요구
2단계 입법서 대주주 지분 제한 '분수령'…업계 "인과관계 신중히 따져야"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정무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2.5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빗썸이 비트코인(BTC) 62만 개를 이벤트 과정에서 오지급한 초유의 사태를 계기로 국회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체계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업계의 숙원이지만 수년간 답보 상태인 가상자산 2단계 입법 과정이 전례없는 대주주 지분 제한, 은행 중심 구도 등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진 규제 일변으로 흐르고 있어 가뜩이나 업계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업계 입장에서는 '자살골'을 던진 격인 빗썸 사태가 터지면서 2단계 입법도 일대 고비를 맞고 있다.

당국 입장에서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 규제 고삐를 당길 수 있는 명분을 갖춘 셈이라 이번 사태가 규제 강화로 이어질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무위, '빗썸 사태' 긴급 현안 질의…이정훈 창업주 출석 요구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1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빗썸과 금융당국 관계자를 상대로 긴급 현안 질의에 나선다. 정무위 관계자는 "논의를 거쳐 참석자를 확정한 뒤 출석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이재원 빗썸 대표 등 현 경영진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이날 이정훈 빗썸홀딩스 창업주의 출석을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이 창업주는 빗썸 최대 주주인 빗썸홀딩스의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빗썸을 지배하는 '동일인'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다만 출석 요구에 법적 강제력은 없어 실제 출석 여부는 미지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빗썸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가 내부통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무위 관계자는 "빗썸 사태 자체는 단발적 사건이지만, 지배구조와 경영 환경은 이전부터 이어져 온 문제"라며 "경영진이 필요하다면 출석을 요구해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긴급 질의는 빗썸이 지난 6일 이벤트 보상 과정에서 비트코인 62만 개(약 62조 원)를 잘못 지급한 사태에서 비롯됐다. 빗썸은 오지급 물량의 99.7%를 회수했지만, 사고 인지 전 일부 이용자가 비트코인을 매도하며 가격이 일시 하락하는 등 시장 혼란이 발생했다.

특히 당시 빗썸이 실제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4만 2000여 개였지만, 62만 개가 지급됐다는 점에서 '유령 코인' 논란이 불거졌다. 업계에선 내부통제 체계의 구조적 허점이 드러난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무위도 사고 경위와 함께 내부통제 시스템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책임은 없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빗썸 사태, 2단계 입법 변수로…대주주 지분율 제한 '분수령'

이번 사태는 가상자산 공시·발행, 스테이블코인 등 시장 규율 체계를 담은 '2단계 법안(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빗썸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초 설 연휴 전 법안 발의를 목표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의원 발의안을 통합해 한정애 정책위의장에게 보고한 상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자본시장 대체거래소 수준(15~20%)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또 전산 사고 발생 시 가상자산사업자(VASP)에게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업계는 강하게 반발해 왔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인터넷기업협회는 최근 "금융위 방안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디지털자산 TF 자문위원들 역시 "대주주 지분율 제한의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한 의장은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빗썸 사태에 대해 "운영 실수를 넘어 거래소의 장부 거래와 내부 통제 시스템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통해 시스템의 맹점을 해결하고 지배구조를 분산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역시 지난 8일 점검 회의를 열고 "전산 사고 등으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무과실책임을 규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빗썸 오지급 사태가 국회 논의로 확산하자 업계도 거래소 규제 강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와 대주주 지분율 제한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지분 구조 개편이 이번 사안의 근본 원인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주인없는 은행권에서도 각종 금융 사고 등 내부통제 이슈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부통제 체계를 보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분 규제와 사고의 연관성은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합리적인 예방책과 책임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