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서 '공정위 패싱'…금융위 절차 논란

기업결합 수반되는 인가 심사 시 공정위와 '사전 협의'해야
"예비인가 전 협의 필요" 지적 제기…금융위 "본인가 전에만 협의하면 돼"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에 도전한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의 서비스 '소유' 화면.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조각투자(토큰증권)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상의 적법성 문제까지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24조 제3항에 따르면 금융위는 기업결합이 수반되는 인가를 심사할 때 반드시 공정위와 미리 협의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 지분을 소유하는 것이 시장 경쟁을 해치지 않는지 판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현재까지 공정위와 그 어떤 협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7일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신청'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당시 증선위측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지만 한국거래소(KRX) 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이 예비인가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당국이 2개 사업자에 한해 인가를 내주겠다고 공언한 만큼, 양대 거래소 컨소시엄의 선정 소식은 루센트블록의 탈락을 의미했다. 루센트블록은 4년간 혁신금융서비스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운영해온 스타트업이다.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조각투자 시장을 사실상 개척해온 곳이다.

탈락 위기에 내몰린 루센트블록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거래소 및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이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를 받지 않았다며 이를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결합 당사자 중 1곳 이상이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2조 원 이상이고, 다른 결합 당사자가 3000억 원 이상이면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 및 넥스트레이드가 공정위 심사를 누락한 게 아니라, 금융당국이 절차를 누락했다고 지적한다.

금산법에 따라 금융위는 기업결합이 수반되는 인가를 심사할 때 반드시 공정위와 미리 협의해야 한다. 증권사(금융기관)들이 대거 참여하는 한국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은 이 같은 공정위 사전 협의가 필요하지만 금융위는 현재까지 공정위와 그 어떤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금융위 측은 예비인가가 아닌 본인가 전에만 공정위 협의를 거치면 된다며 '공정위 패싱 논란'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비인가 후 본인가 전에 '출자 승인'이라는 별도 절차를 거친다. 공정위 사전 협의 의무는 출자 승인 절차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이번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가 단순한 요건 검토가 아니라, 특정 컨소시엄의 구조와 금융기관의 주주 참여를 확정짓는 인가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본인가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에 예비인가 때부터 공정위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정거래 분야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컨소시엄 결성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예비인가 때부터 기업결합에 대해 공정위와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며 "(예비인가에서 공정위를 패싱하는 것은) 공정위 협의를 '사후 요식행위'로 취급하려 한 것이다. 증선위 결정이든, 금융위 예비인가든 미리 결론을 내놓고 공정위와 협의를 하는 것이 '사전 협의'의 개념이 맞느냐"라고 반문했다.

관련 논란이 확산되면서 지난 14일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이번 예비인가 안건은 상정되지 못했다.

예비인가 일정이 미뤄진 것에 대해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금융당국의 신중한 검토 취지에 공감한다"며 "재심의 및 최종 결과 발표 과정에서 추가 요청 사항이 있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