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도 조용한 가상자산 시장…올해는 '산타랠리' 없었다
사라진 '산타랠리'…지난 2년과는 다른 연말 분위기
美 증시·금은 신고가…'디지털 금' 비트코인만 소외
-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크리스마스를 맞은 가상자산 시장이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산타랠리'가 사실상 실종되며, 상승세를 탔던 지난 2년과는 다른 연말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반면 미 증시와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상자산 시장과 상반된 흐름을 보인다.
25일 오전 9시 49분 코인마켓캡 기준 글로벌 비트코인(BTC) 가격은 전일 대비 0.06% 상승한 8만 7573달러다. 시총 2위 가상자산 이더리움(ETH)은 같은 기간 0.67% 하락한 294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엑스알피(XRP)와 솔라나(SOL)는 각각 0.57%, 1.25% 떨어졌다. 대표 밈 코인 도지코인(DOGE) 역시 1.20%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이날 가상자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약보합세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가상자산 가격이 반등하는, 이른바 '산타랠리'는 사실상 실종된 모습이다. 이 시기부터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던 지난 2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2023년 11월 비트코인은 3만 달러 선에서 거래되다가 같은 해 12월 말 4만300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11월에는 9만 달러를 처음 돌파한 뒤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1월에는 사상 최초로 10만 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올해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 10월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12만 4000달러를 돌파한 이후 하락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0월 이후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시장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자극해 가상자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지난 10월부터 약 40일간 이어진 미국 정부의 셧다운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셧다운으로 일부 거시경제 지표 발표가 지연돼 경제 불확실성과 유동성 위축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셧다운 종료 이후 유동성이 다시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시장은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유동성 위축은 블록체인 기업들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24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올해 유동성 위축으로 글로벌 벤처캐피털(VC)로부터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시가총액이 많이 감소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휴머니티프로토콜은 1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현재 시총은 2억 8500만 달러 수준"이라며 "퓨엘 네트워크의 시총도 현재 110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통화 정책도 위험자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온 일본 중앙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규모로 청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BOJ는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약 30년 만에 최고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게 됐다. 다만 이러한 우려가 시장에 선반영돼 기준금리 결정 직후 가상자산은 일시적으로 반등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 증시와 금은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 대비 0.32% 상승한 6932.05에 마감하며 이틀 연속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 금 현물 가격도 지난 23일 전 거래일 대비 2.2% 급등한 온스당 4434.26달러를 기록했다. 장 중 한때 4441.92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시선은 연말보다 내년 초 반등 여부로 쏠리는 분위기다.
데이비드 밀러 카탈리스트 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비트코인은 재정 확장과 통화 가치 하락의 헤지 수단"이라며 "장기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만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투자사 폼프 인베스트먼트의 앤서니 폼플리아노 설립자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과거처럼 70~80%까지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지만 비트코인이 지난 2년간 약 100%, 3년간 300% 상승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샤슬러 반에크 디지털 자산 펀드 매니저는 "비트코인은 올해 나스닥100 지수 수익률을 약 50%포인트 하회했다"며 "이 같은 탈동조화 흐름은 비트코인의 상승장을 예고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치적 과제 해결과 미래 재정 부담을 충당하기 위한 지출 확대는 결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비트코인이나 금과 같은 희소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을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hsn12@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