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 디지털자산보호재단, 폐업 거래소 '파산 선택'에 손 묶였다

프로비트, 이용자 자산 보호재단에 이전 안한 채 파산…플렛타는 일부만 이전
보호재단은 거래소에 자산 이전 강제 못해…반환 작업 '난항'

디지털자산보호재단 로고.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영업을 종료한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의 이용자 자산을 대신 반환하는 '디지털자산보호재단'이 출범 1년을 맞았다. 그간 투자자 자산 회수에 적극 나서 왔지만, 폐업 거래소가 자산 이전에 응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반환 절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폐업 후 파산 신청하면 그만?…보호재단, 자산 이전 강제 못해

1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자산보호재단(이하 재단)이 폐업 거래소들로부터 자산을 이전받아 실질적인 반환 절차를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앞서 재단은 지난해 12월 에이프로코리아(에이프로빗), 텐앤텐, 한빗코, 큐비트, 페이프로토콜 AG 등 5곳으로부터 이용자 약 4만명의 자산을 이전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5곳을 시작으로 현재는 지닥, 큐비트, 오아시스거래소 등 다른 폐업 거래소들로부터 고객 예치금을 이전받은 상태다.

문제는 영업을 종료했음에도 이용자 자산을 이전하지 않는 거래소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페업한 거래소들이 스스로 이용자 자산을 이전하지 않으면 재단은 이용자들에게 자산을 돌려줄 수 없다. 재단이 가상자산사업자에 자산 이전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보호재단은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DAXA, 닥사)를 중심으로 금융위 허가를 받아 '업계 자율로' 설립된 단체다.

폐업 거래소가 자산을 재단에 이전하지 않고 파산을 택한 경우엔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일례로 프로비트 코리아는 최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고 관재인이 선임돼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경우 프로비트 이용자들은 파산 절차상 채권자로서 배당을 통해서만 자산을 돌려받을 수 있어, 반환 시점과 규모 모두 불확실해진다.

이용자 자산을 일부만 이전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폐업한 거래소 플렛타익스체인지는 이용자 소유 가상자산의 일부만 재단으로 이전했다. 이 때문에 재단은 보유분이 부족해 반환 신청자들에게 자산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재단 측은 "플렛타익스체인지는 지난 9월 보호재단으로 이용자 자산 이전을 완료했으나 일부 가상자산은 데이터베이스(DB)상 보유 수량과 실제 이전 수량이 불일치했다"며 "이에 보호재단은 플렛타익스체인지에 부족 수량에 대한 소명 및 충당을 요청했으나 충당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12월 10일 기준)"고 밝혔다.

이어 "보호재단은 사업자로부터 이전받은 자산 범위 내에서만 이용자에 자산을 반환할 수 있다"며 "재단은 사업자에 대해 부족 수량 충당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없어, 부족 수량이 충당되기 전까지는 관련 반환 신청 건에 대한 이행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폐업 거래소에 이용자 자산 반환 강제 필요…'법적 공백' 메워야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폐업 거래소에 이용자 자산 반환 혹은 재단 이전을 강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는 이용자 자산과 거래소 자산을 분리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은 있으나, 폐업 이후 자산을 특정 기관에 보관하라는 규정은 없다.

또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가상자산사업자 영업종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폐업 거래소는 영업 종료일로부터 3개월까지 이용자 자산을 반환해야 한다. 그 이후에도 미반환된 이용자 자산이 존재하는 경우, 안전한 방식으로 이용자 자산을 보관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게 보호재단에 자산을 이전하는 것이다.

단, 이는 가이드라인 형태라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프로비트처럼 파산을 선택하는 경우 이용자가 자산을 제대로 돌려받을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당국에 폐업을 신고할 시 재단이나 커스터디 기관에 이용자 자산을 이전하도록 의무화하고, 미이행 시 형사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며 "파산 신청 전 보호재단에 자산을 이전하게끔 하는 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과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따르면 이용자 자산과 거래소 자산을 분리 보관해야 하는데, 정말 법을 잘 지켜서 분리 보관을 했다면 이용자 자산을 재단에 이전하지 못한 채 파산 신청을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