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악재에 코인 시장 883조원 증발…연말 '반등 시그널' 보일까

코인 시총, 3개월 만에 3.5조 달러대…무역 갈등·금융 불안 여파
"역대급 청산 이후 시장 과열 해소…저점 다지고 연말 반등 기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빗썸라운지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5.10.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미국발 무역 갈등과 금융 불안이 겹치며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일주일 새 6200억 달러(약 883조 원) 증발했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주요 가상자산이 약세를 보이면서 10월 상승장을 뜻하는 '업토버(Uptober)' 기대감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다만 최근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으로 과열이 해소된 만큼, 미국 금리 인하 기대와 신규 투자자 유입을 바탕으로 연말에 시장이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인 시총 3개월 만에 3.5조 달러대 하락…한풀 꺾인 '업토버' 기대

19일 오전 11시 41분 코인마켓캡 기준 전 세계 가상자산 시총은 3조 6200억 달러(약 5157조 원)다. 지난 17일 한때 3조 5300억 달러(약 5029조 원)까지 떨어지며 약 일주일 사이 6200억 달러(약 883조 원)가 증발했다.

이는 글로벌 시총 순위 집계 사이트 컴퍼니즈마켓캡 기준 글로벌 카드사 비자의 시총(6635억 달러)에 맞먹는 규모다. 가상자산 시총이 3조 5000억 달러 규모로 쪼그라든 건 지난 7월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이는 최근 미국발 무역 갈등과 금융 불안이 겹치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자, 전 세계 가상자산 시총은 하루 만에 4600억 달러(약 655조 원) 줄어든 3조 6900억 달러(약 5257조 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시총은 지난 14일 일시적으로 반등해 4조 달러에 근접했으나,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지방은행들의 부실 대출 급증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 주 동안 악재가 이어지며 주요 가상자산 가격도 약세를 보였다. 지난 7일 12만 6000달러를 넘어서며 신고가를 경신한 비트코인은 이날 10만 7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총 2위 가상자산 이더리움도 이달 초 대비 20%가량 하락했다.

시장 심리 역시 위축됐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얼터너티브닷미에 따르면 이날 가상자산 공포·탐욕 지수는 29포인트로 '공포'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해당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 심리가 위축됐음을, 100에 가까울수록 시장이 낙관적임을 의미한다.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도 부진하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준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는 각각 3거래일, 2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에 매년 10월 가상자산의 강세장을 의미하는 '업토버(Uptober)'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비트코인은 최근 미국 나스닥 지수와 92%에 달하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올해 업토버는 현물 ETF 자금 유입과 미국 증시 흐름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역대급 청산 이후 시장 과열 해소…저점 다지고 연말 반등 기대"

다만 지난주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하루 만에 약 26조 원이 넘는 가상자산 선물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며 과열이 해소된 만큼, 조정 이후 반등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해지며, 투자자들의 관심은 연말 상승장 재개 여부에 쏠리고 있다.

베틀 룬데 K33 리서치 분석가는 "과거 사례를 보면 대규모 청산 이후 시장이 저점을 다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레버리지가 크게 제거된 상황에서 규제 완화 기대감, 기관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비트코인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매트릭스포트는 "역대급 강제 청산 직전 시장은 레버리지 비중이 높고 낙관론이 극도로 강했다"며 "시장에 과도하게 쌓인 레버리지 포지션이 대부분 해소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금융 투자 회사 씨티그룹은 연말 비트코인 가격을 13만 3000달러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낮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신규 투자자 유입으로 비트코인은 청산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며 "수요 침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 설립자는 "연준이 양적 긴축 종료를 시사하면서 시장의 유동성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이 새로운 상승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