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도화 늦어지는 사이…'아시아 웹3 시장' 주도권 노리는 日

예금토큰·스테이블코인·파생상품 도입…'新 금융' 실험 확산
정부 부처 신설 등 산업 육성 발판 마련…日로 눈 돌리는 韓 기업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8.23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일본이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 등을 통해 아시아 웹3 시장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기반으로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한 '신 금융' 실험이 본격화한 모습이다.

반면 한국은 제도 공백에 막혀 기업들이 선뜻 신사업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본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까지 늘고 있어 국내는 신산업 공백 우려까지 나온다. 이제라돜1 빠른 제도화를 통해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금토큰·토큰화 주식 출시…파생상품 도입 검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더블록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우체국 은행(유초은행)은 내년부터 예금토큰 'DCJPY'를 도입한다. 이용자는 실시간으로 예금을 DCJPY로 바꾼 뒤 연 3~5%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토큰화 증권에 투자할 수 있다.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과 1 대 1로 연동해 발행한 가상자산이다. 기존 금융 시스템보다 결제·정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돼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기록된다. 이를 통해 정부 보조금 지급이나 행정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 간 결제 과정에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에 일본 우체국 은행도 결제 시간·과정을 간소화해 젊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보조·지원금을 DCJPY로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금융사들은 다양한 웹3 상품을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본 대형 금융그룹 SBI 홀딩스는 최근 웹3 기업 스타테일과 토큰화 주식 거래 플랫폼을 출시했다. 부동산, 선박, 미술품 등 기존에 접근이 어려웠던 자산을 쪼개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기존 주식 시장과 달리 24시간 자산을 거래할 수 있으며, 구매한 토큰화 주식을 탈중앙화금융(디파이)과 연계해 이자 등의 수익도 낼 수 있다.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한 '신 금융'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오사카 증권거래소 역시 가상자산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요코야마 류스케 오사카 증권거래소 최고경영자(CEO)는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상장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파생상품과 ETF 거래가 모두 불가능한 한국과 다른 모습이다.

엔화 스테이블코인 허용 기대…세제 개편·정부 부처 신설

일본 정부도 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이 대표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가치를 1 대 1로 연동한 가상자산으로, 낮은 수수료와 빠른 속도로 국경 간 결제·송금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금융청(FSA)은 조만간 핀테크 기업 JPYC가 발행하는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일본 최초로 승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지난 2023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은행·신탁회사·자금이동업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했으나, 엔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 적은 없었다.

또 내년도 세제 개편 요구안에 '가상자산 및 혁신 부서' 신설을 포함해 가상자산 결제 관련 제도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세금 제도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주식과 동일한 과세 대상으로 취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최대 50%에 달하는 과세 부담을 주식과 같은 20%로 낮춰 시장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일본이 '아시아 웹3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웹X 행사에서 "웹3 기술은 지역 문제 해결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5년간 스타트업 육성과 연계해 웹3 투자와 규제 개혁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日로 눈 돌리는 기업들…"韓 규제 공백 해소해야"

반면 한국은 지난 1월 원화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량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시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제도화에선 한발 뒤처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큰증권(ST)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탓이다. 일본이 이미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에 따라 일본 시장을 겨냥한 한국 기업도 늘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 비피엠지(BPMG)는 지난 5월 일본에서 블록체인 커뮤니티 '팝플러스'를 출시했고, 하반기에는 갈라랩과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기업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역시 일본 블록체인 기업 프로그매트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 기반 국제 송금·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제도와 인프라가 빠르게 정비되고 있어 한국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한국이 규제 공백을 해소하지 못하면 유망 기업과 인재들이 일본으로 대거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연구원은 "일본은 정부·전통 금융사 주도로 웹3 산업을 발전시켜 왔다"며 "제도화와 기관 진출 측면에서 일본의 사례는 좋은 교보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hsn12@news1.kr